“안희정 지사, ‘미투’ 물어보던 그 날도 성폭행…피해자 더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2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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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저를 부르더니 ‘미투’ 열풍을 언급하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안 지사는 그날마저 저에게 ‘그 짓’을 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현직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최근 미투 열풍에 안 지사가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성관계를 요구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안 지사가 가장 두렵다. 저의 안전을 국민들이 지켜주셨으면 하는 심정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 김 씨,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김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성폭행을 당한 시간과 장소까지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을 수행하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안 지사에게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라고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평소 안 지사가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자주 말했다”며 “제가 어렵다고 했던 것은 저한테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그걸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을 한 뒤 ‘괘념치 말아라’ ‘잊으라’고 자주 말했다”며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끄러운 짓을 해서 미안하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옆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제가 얘기했을 때 제가 잘릴 것 같았다. 스위스 출장 직전 전임 수행비서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외에 다른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주변 인물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합의한 성관계”였다는 안 지사의 주장에 대해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고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이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여자 문제 우려가 많았는데…”


충남도청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도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렇게 우려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안 지사가 여성에게 친절하기 때문이라고 넘어갔다. 하지만 안팎에서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지사는 여성 팬이 많아 공개적인 스킨십도 자연스러웠다. (김 씨 말대로) 다른 여성 문제가 있다는 의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경선 캠프에서 홍보팀 소속으로 일하다 곧바로 안 지사의 수행비서가 됐다. 수행비서는 별도의 공식절차 없이 지사가 임명한다. 주변에서는 “수행비서는 국내외 출장을 따라 다녀야 하는데 과연 여성이 적합한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지사 측은 그대로 임명했다. 이날 폭로 후 “김 씨는 항상 근심 어린 표정이었는데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던 탓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 지사의 잦은 출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안 지사는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뒤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해외 출장을 나갔다. 올해도 1월부터 임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 도지사 출장비는 항공료 1등석과 호텔 숙박 등 비용이 만만찮다. 여기에 전문 통역사 항공료와 체재비까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도청 공무원 중에서는 “행정혁신을 내세운 안 지사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도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고 바로 귀국해야 했는데 정작 본인은 긴 해외 출장으로 도정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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