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단속에 손님 발길 ‘뚝’, 일부 업소는 여전히 불법 영업…요즘 가락시장 유흥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4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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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3·8호선 가락시장역 3·4번 출구 일대는 송파구에서 가장 번화한 유흥가다. 수년 전부터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노래방 마사지숍 등 각종 유흥업소가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낮부터 손님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로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현금이 두둑한 상인과 유통업자들이다. 밤이 되면 직장인이 가세한다.
지난해 가락시장 재단장 공사 후 손님이 늘었다. 일부 유흥업소의 불법 퇴폐 영업이 극성을 부렸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지난해 가을 경찰과 송파구청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유흥업소 숫자는 한창 때의 절반 수준인 100개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일부 업소에서는 여전히 불법 영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 보안 철저해진 유흥업소
지난달 말 가락시장 주변 유흥가를 찾았다. 최근까지 이어진 단속 탓인지 한창 때 분위기와 차이가 났다. 영업 중인 유흥업소 중 일부는 보안이 한층 깐깐해졌다. 문을 닫아걸고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 곳도 있었다. 입구 2개 중 하나의 문은 걸어 잠근 채 불을 끈 반면 다른 입구는 건전한 업소처럼 꾸며놓기도 했다. 한 업주는 “문을 잠근 채 영업하는 업소 중에는 퇴폐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얼마 전 이곳의 한 유흥업소 업주 이모 씨(57)가 구속됐다. 이 씨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적발되자 간부급 경찰 2명에게 돈을 준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이 씨 구속 후 퇴폐영업을 했던 일부 유흥업소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이 씨가 지역에서 ‘마당발’로 꼽혔기 때문이다. 일부 업주는 “이 씨는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돈을 받아갔다”고 전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도 예상된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에서 일했다는 한 여종업원은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손님들이 자주 업소를 찾았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신분증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소의 퇴폐영업이 계속되자 주민들의 걱정도 여전하다. 학생들의 하굣길에서도 호객행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주민 A 씨는 “새벽에 활동하는 대리기사와 택시가 다시 늘어났다”라고 걱정했다. 한 여종업원은 “노래방에 안주를 공급하는 업자가 ‘최근에 주문이 늘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다른 유흥가로 손님 몰려 ‘풍선효과’
가락시장 여파는 약 7㎞ 떨어진 강동구 길동에 미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0시 무렵 길동 노래방 30여 곳을 찾았다. 성매매가 안 된다는 업소는 3곳에 불과했다. 성매매는 노래방 안이나 주변 모텔에서 이뤄졌다. 한 유흥업소 주인은 “가게 안에서는 10만 원, 모텔로 가면 20만 원”이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가락시장을 단속하니까 손님들이 여기로 몰린다. 여기까지 단속이 심해질까 걱정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강동구청은 이런 실태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구청 측은 “길동에서는 구조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지기 어렵다. 단속 건수도 10건 미만이다”라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김동혁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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