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 18년 선행 덕에…“천사 효과, 익명 기부자 늘어”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15시 35분


코멘트
사진=네이버 지도 로드뷰
사진=네이버 지도 로드뷰
사진출처=전주시 홈페이지
사진출처=전주시 홈페이지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부터 시작된 그의 기부는 18년 째인 올해를 포함해 한해도 빠지지 않았다.

28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6분 쯤 완산구 노송동에 40~50대로 추정되는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옆으로 가면 A4 종이박스가 있으니 확인하라”는 말만 남기고 바로 끊었다.

남성의 말대로 주민센터 옆 천사공원 나무 아래는 종이박스가 놓여 있었고, 이 종이박스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뭉치와 동전이 가득 든 저금통이 있었다. 큼지막한 글씨가 적힌 쪽지도 있었다.

쪽지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 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적혀있었다.

박스 안의 돈은 총 6027만921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놓고 간 돈 보다 1006만1270원 많은 금액이다.

이 남성의 소리없는 기부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이 시초였다. 그 후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어김없이 주민센터 인근에 돈을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18년 동안 기부한 돈은 모두 5억5813만8710원이다.

그는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전주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게 됐다.

그의 기부금은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현금이나 현물로 지원됐다.

시는 이 남성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에는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천사가 돈을 놓기 위해 오가는 도로 이름을 ‘천사길’로 정하고 보행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로 조성키로 했다.

또 노송동 주민들은 숫자 1004(천사)를 의미하는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 ‘천사효과’를 일어나게 했다”며 “전주에서도 이러한 천사효과로 인해 각종 복지사업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지 않고 후원에 참여하는 천사시민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