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쉽게 받게해 주세요” 국민 제안 쏟아진 현장노동청

  • 동아일보

9월에 운영된 현장노동청 성과
제안-상담 등 총 6271건 접수, 정책 채택 비율은 70%에 육박
김영주 장관 “현장 중심 운영 계속”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 회장, 이성기 고용부 차관(왼쪽부터)이 현장노동청 관련 사진들을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 회장, 이성기 고용부 차관(왼쪽부터)이 현장노동청 관련 사진들을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임금체불로 고통을 받던 A 씨는 지인 천한슬 씨(32·여)의 안내로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근로감독관은 ‘소액 체당금’ 제도를 이용해 보라고 안내했다. 체불임금이 400만 원 이하라면 정부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내는 제도다.

하지만 체당금 이용 절차가 매우 복잡했다. 노동청 조사로 체불임금 규모를 확정한 뒤 ‘체불금품 확인원’을 발급받아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야 한다. 이후 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리면 다시 ‘확정판결 증명원’을 발급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야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 탓에 체당금을 아예 포기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았다.

평소 노동정책에 관심이 많은 천 씨는 현장노동청에 A 씨의 사연을 제보하며 관련 절차의 개선을 요청했다. 현장노동청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시로 9월 12일부터 28일까지 전국 9개 주요 도시, 10곳에 설치됐다. 국민에게 노동사건 신고와 정책 제안을 직접 접수하기 위해서다.

천 씨의 제안을 접수한 고용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임금체불 사실만 확인되면 법원 판결 없이도 정부가 직접 체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임금체불 예방 및 체불 청산에 관한 법률안’을 내년까지 제정해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 체당금 한도액을 늘리고 진행 절차를 문자서비스로 안내하는 한편 ‘임금체불 청산 전담기구’를 고용부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시민 한 명의 제안으로 임금체불 구제 법령이 만들어지고 정부 내 전담조직이 신설되는 것이다.

고용부는 2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현장노동청 결과 보고대회를 열어 천 씨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또 △경비 근로자 근로환경 개선 △장애학생 직업체험 기회 제공 등을 제안한 9명은 우수 및 장려상을 받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장노동청을 운영한 17일 동안 정책 제안 및 진정 3223건, 노동 상담 3028건 등 모두 6271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고용부가 접수한 국민제안(812건)의 7배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현장노동청에 접수된 제안이 정책으로 채택된 비율은 68.1%로 과거 일반 제안 채택률(3%)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김 장관은 “현장노동청을 운영하면서 노동행정은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앞으로도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사람 중심의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현장노동청#체불임금#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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