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 3km 거리 한동대 건물 외벽 무너져… 학생들 놀라 대피

권기범기자 , 김동혁기자 , 김상운기자 입력 2017-11-16 03:00수정 2017-11-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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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진신고 8000여건… 15명 부상
학생들 먼지-벽돌 헤치고 뛰쳐나와
한동대 주말까지 휴교… 안전검사
포항-경주 등 문화재 17건 피해… 서울-경기도 “진동 감지” 잇단 문의
긴박했던 순간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가운데 진앙에서 약 3km 떨어진 한동대 건물 외벽이 충격으로 붕괴되자 학생들이 급히 대피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한반도가 또 흔들렸다. 9·12 경북 경주 지진 후 429일 만이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규모 5.0 이상 지진이 인구 50만 명 넘는 대도시를 강타한 건 처음이다. 포항시내 곳곳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 충격은 대구 경북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 북부에서까지 느껴졌다. 그만큼 경주 지진 때보다 불안과 공포도 컸다.

○ 무너지고 갈라지고…아수라장 포항

“어? 지진 아냐?”

15일 오후 2시 22분 경북 포항시 북구 한동대 기숙사 생활관. 친구들과 팀 모임을 하던 최모 씨(24)는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불안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7분 뒤 이번에는 방 안이 크게 흔들렸다. 꽂아놓은 책과 책상 위 연필꽂이가 떨어졌다. 최 씨는 친구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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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로 나서자 맞은편 강의동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4층 외벽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벽돌은 화단으로 떨어졌다. 그 왼쪽으로 황급히 뛰쳐나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뒤처진 친구들을 향해 빨리 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다행히 2명이 찰과상을 입었을 뿐 인명 피해는 없었다. 최 씨는 “경주 지진 이후 대피 훈련을 몇 번 한 데다 강의동에 사람이 별로 없는 날이라 다친 사람이 적은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앙에서 불과 3km 떨어진 한동대는 이날 아수라장이 됐다. 강의동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 글로벌레이저기술연구소가 입주한 건물 1층 내벽은 엑스(X)자 모양으로 갈라졌다. 학교는 일요일까지 휴교하기로 결정하고 안전점검을 시작했다.

재학생 4000여 명 중 80%가량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버스 10여 대를 동원해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외국인 학생 등 거처가 불분명한 학생들은 인근 교회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진앙에서 4km 떨어진 선린대에서도 기숙사 건물 천장이 무너졌다.

지진은 포항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마트 건물 2층 벽면 일부가 무너져 아래 주차한 차량을 덮쳤다. 다른 상가 1층 카페 통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고속철도(KTX) 포항역은 천장 패널 2개가 떨어지고 스프링클러가 고장 났다. 지진 직후 포스텍 건물 등을 비롯해 1057가구가 일시 정전됐다.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일부 바닥은 갈라지거나 틈이 생겼다.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는 포항의 전 점포가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은 손님과 직원을 대피시키고 오후 5시에 영업을 마쳤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청사 일부 시설이 부서져 재판 10여 건이 연기됐다. 또 문화재청과 조계종에 따르면 포항 보경사 적광전(보물 제1868호)과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보물 제833호) 등 문화재 17건(국가지정문화재 8건 포함)이 피해를 입었다.

○ 롯데월드타워에서도 작은 흔들림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진 신고 8300건이 접수됐다. 피해 신고는 143건, 인명 구조 121건이었다. 대부분 경북지역에서 들어왔다. 포항에서는 길을 걷던 A 씨(70·여)가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발목이 부러지는 등 15명이 다쳤다.

흔들림은 전국에서 느껴졌다. 진앙에서 약 280km 떨어진 경기 북부에서까지 “땅과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여진 피해가 우려되자 시민들에게 공원 등지로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전라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서울에서는 1200여 건, 광주에서는 310여 건의 지진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555m)에서도 경미한 진동이 감지됐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 씨(45·회사원)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는 순간 곧바로 사무실 바닥이 2, 3초간 흔들렸다. 경주 때보다 진동이 심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진 직후 음성통화와 모바일 메신저도 장애를 빚었다. 포항에 있는 가족과 일시적으로 연락이 닿지 않은 시민들은 마음을 졸였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손모 씨(32)는 “포항 북구에 사는 홀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벨도 울리지 않고 연결도 안 됐다. 10분 뒤에 겨우 통화가 됐는데 그 사이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전국 송유관을 약 2시간 동안 차단했다. 고속철도도 만일에 대비해 속도를 낮췄다. 경부고속선과 경부선 등은 포항 인근 일부 구간에서 열차 속도를 시속 90km로 조정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김상운 기자
#지진#한동대#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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