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후기’ 이상하다했더니… 유령 ID 7만개로 셀프홍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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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로 2억6000만원 챙긴 일당 입건… 거짓후기 올린 병원장 등도 적발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았는데 원장님께서 꼼꼼하게 상담해 주셨어요.”

지난해 8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iN’ 코너에 올라온 “눈 성형 유명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한 누리꾼의 답변이다. 이 누리꾼은 “원장님께 이것저것 시시콜콜히 물었는데 친절히 설명해줘 믿고 수술했다”며 호평을 늘어놨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요청과 답변은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성형외과 측이 불법으로 네이버 계정(ID)을 구입해 조작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이용해 네이버 계정 7만여 개를 만든 뒤 광고대행사 등에 판매해 2억6000여만 원을 챙긴 이모 씨(30)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네이버 계정을 사들인 뒤 특정 병원과 식당, 학원 등을 홍보하는 글을 네이버에 올려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을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로 광고 대행사 대표 이모 씨(36) 등 22개 업체 48명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포폰 130여 대를 활용해 네이버 계정을 만들었다. 네이버 회원 가입을 할 때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 이 씨 등은 명의 제공자들에게 매월 2만 원씩 줬다.

이 씨 등은 네이버 계정 수를 늘리기 위해 대포폰 전화번호를 매일 두 차례씩 바꿨다. 네이버에 가입할 때 전화번호 1개로 3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대포폰 1대로 네이버 계정을 6개씩 만든 것이다.

광고 대행사들은 네이버 계정을 개당 2000∼5000원에 사들여 조작된 글을 네이버에 올렸다. 한 계정으로 요청을 올린 뒤 다른 계정으로 준비된 답변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광고대행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 네이버 계정 270개를 산 뒤 병원 직원들을 시켜 130여 건의 가짜 성형 후기를 올리도록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네이버#후기#유령 id#셀프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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