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시민 존중받지 못하는 치안은 무의미… 낮은 자세로 다가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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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안을 강화하고 지역민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안을 강화하고 지역민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시민을 존중하지 않아 시민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치안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달 22일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시민과 경찰 소통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여기엔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대한노인회 부산시연합회, 부산인권상담센터,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부산 지역 22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부산 경찰이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단체와 정식 회의체를 구성한 건 처음이다. 이들은 분기에 한 번, 시급한 현안이 있을 때 수시로 만나 주민을 위해 더 나은 치안 행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모임은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57)이 제안했다. 조 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안전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낮은 자세로 시민을 존중하는 치안 활동을 위해 조 청장은 내부 문화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 청장이 7월 취임하면서 제시한 ‘5대 킹핀 과제’에서도 드러난다.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맞혀야 하는 5번 핀을 뜻하는 킹핀은 요즘 ‘핵심 목표’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따뜻한 인권 경찰’도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인권을 절대적 가치로 인식해 적법한 절차를 위한 수사 매뉴얼 활용은 물론이고 모든 법 집행 과정에서 고운 말을 쓰고 경청하며 배려하는 자세를 갖도록 지시했다”며 “이를 위해 먼저 내부에서 직원끼리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어려운 수사를 해결하거나 시민을 위해 애쓴 직원 등에게 포상과 별도로 직접 감사 편지를 쓰고 있다. 또 직원의 고충을 듣기 위한 만남을 정기적으로 갖고 ‘웃는 얼굴’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방청 건물 곳곳에 하회탈이 달린 거울을 달아놓았다.

나머지 킹핀 과제도 주민 친화적 행정에 기반을 뒀다. 지구대와 파출소의 활성화를 통한 예방 치안 강화, 단속·시설개선·교육이 혼합된 교통질서 확립,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절도·갑질·인터넷사기 등 3대 서민경제 침해사범 단속 등이다. 그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부터 치안정책 설명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의 의견을 수시로 수렴하고, 원하는 시간·장소를 순찰 계획에 반영하는 주민 친화적 탄력 순찰 활동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 청장은 “국민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건의 대응 과정을 면밀하게 재점검했으며 향후 청소년 여성 등 약자와 관련된 신고 접수는 좀 더 면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고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산 사상구 엄궁치안센터를 경찰관 22명이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엄궁파출소로 승격해 운영하기로 했다.

조 청장은 1960년 경남 함안군에서 태어나 마산고와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나왔다. 1983년 육군 ROTC 21기로 임관해 전역한 후 1987년 4월 간부후보 35기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 동래경찰서 근무를 시작으로 경기 과천경찰서장,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정보국장 등 요직을 두루거쳤다.

그는 “경찰 생활을 시작했던 부산은 마치 제2의 고향 같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현장에서 만난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청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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