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들이 20일 대전 호수돈여고 교내 전시실 홀스톤갤러리에서 ‘조금은 특별한 건축전’을 열었다. 서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이들 유명 건축가가 미래의 건축학도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식 기부에 나선 것이다.
이번 공동건축전은 지난해 이 갤러리가 연 대전충청지역 고교건축동아리전이 계기가 됐다. 그때 멘토로 초청받았던 김희준 소장이 “내년에는 여러 건축가를 초청해 다양한 콘텐츠의 전시를 한번 열어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서로 활동상은 익히 알았지만 개막일에 명함을 교환할 정도로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김 소장이 “지난해 동아리전에 가봤더니 학생들의 건축 열정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며 일면식도 없는 건축가들에게 e메일을 보내 공동 전시를 제안했다. 건축가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김 소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비를 들여 여러 번 갤러리를 방문해 전시공간을 확인하고 건축모형과 사진을 설치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 건축전 개막식에도 참석해 멘토링을 했다.
이날 오후 5시 반 열린 개막식에는 50여 명의 대전충청지역 건축동아리 학생들이 참석했다. 유명 건축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멀리 충북지역에서 온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작품을 감상하며 건축의 배경과 건축가의 삶에 대해 물었다. “공무원이 안정적일지, 다른 직업이 돈이 될지 기웃거리지 마세요. 건축이 좋으면 다소 부침이 있더라도 꾸준히 추구하세요. 위기를 맞이했을 때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임형남 소장은 “실제 이 일을 해보니 재능은 중요하지 않았다. 1만 시간의 법칙이 맞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대전지역 고교건축동아리회장인 대신고 권기수 군은 “유명 건축가들을 직접 찾아가 조언을 듣기는 쉽지 않다. 건축을 전공하려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주태 홀스톤갤러리관장은 “중견 건축가들의 지식 기부는 학생들이 건축 열정을 이어가는 데 큰 격려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전은 다음 달 19일까지 열리며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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