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부평고 운동장에 인조잔디 깔린다

  • 동아일보

1982년 창단후 국가대표 50명 배출… 열악한 환경으로 10년새 내리막길
“흙먼지 대신할 인조잔디 깔아주자” 동문들 노력으로 이달말 공사 완료

인천 부평고 동문들(앞줄 가운데)이 모교 운동장에서 축구부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부평고 동문들(앞줄 가운데)이 모교 운동장에서 축구부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부평고등학교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의 산실로 불린다. 1982년 축구부를 창단한 뒤 김봉길 23세 이하 국가대표팀 감독(52)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 최초로 일본 J리그와 네덜란드리그에 진출한 노정윤(47),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김남일(40) 이천수(36) 최태욱(36)을 비롯해 이근호(32) 등 국가대표만 50명 넘게 배출했다. 전국 대회 우승컵도 40여 차례 들어 올려 인천 축구 종가로도 이름 높다.

이처럼 전통과 실력을 갖춘 부평고의 숙원이 최근에야 풀렸다. 축구선수들이 훈련하는 운동장에 비로소 인조잔디를 깔고 있는 것이다. 공립고라서 인조잔디구장 조성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35년 동안 축구부는 맨땅에서 공을 차야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2003년까지 전국대회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가 이어졌지만 2008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초반 탈락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각 프로축구단이 산하 고교팀이나 유스팀을 잇달아 창단하면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중학교 선수들을 빼앗긴 것도 한 요인이 됐다.

부평고를 졸업하고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축구단에서 뛰다 은퇴한 서기복 감독(39)이 2012년 부임하면서 느슨해진 축구화끈을 다시 조였다. 서 감독은 축구부가 있는 수도권 중학교를 돌며 우수 선수 스카우트에 나섰다. 매일 5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다. 선수들도 하나가 돼 열심히 뛰었다.

2015년 8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48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은 데 이어 지난해까지 2연패를 했다. 1996년과 2003년, 2005년에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부평고는 대회 최다 우승팀(5회)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해는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맨땅에서 연습하는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던 동문들이 지난해부터 팔을 걷어붙였다. 사업을 하며 축구부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온 김종석 씨(59)를 비롯한 졸업생들이 인천시교육청을 찾아갔다. 이들은 “인천은 물론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부를 운영하는 모교 후배들이 아직도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연습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열심히 연습해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인조잔디를 깔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동문의 열정과 운동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 시교육청은 올 7월부터 7억 원을 들여 친환경 인조잔디구장을 만들고 있다. 31일 이전에 완공할 예정이다.

부평고동문회도 후배 돕기에 나섰다. 올 3월 총동문회장에 취임한 정철 씨(53)는 장학금 조성 캠페인을 벌였다. 김 씨가 5000만 원을 내놓았고 여러 동문이 힘을 보태 1억7000만 원을 모았다. 지난달에는 동문 200여 명이 참가한 자선 골프대회를 열어 3000만 원을 추가로 모금했다. 장학금 2억 원이 쌓였다.

축구부 주장인 3학년 장민규 군(18)은 “동문 선배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주신 덕분에 축구부의 오랜 희망이 결실을 맺었다”며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20일 충북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우승컵을 반드시 들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부평고등학교#축구#부평고#서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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