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수술비 도와달라더니… 스포츠카 몰고 高價 애견 분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어금니 아빠’의 이중생활

범행 동기 여전히 침묵 딸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이모 씨가 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중랑경찰서로 돌아가고 있다. 범행 후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몸을 잘 가누지 못해 휠체어를 
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범행 동기 여전히 침묵 딸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이모 씨가 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중랑경찰서로 돌아가고 있다. 범행 후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몸을 잘 가누지 못해 휠체어를 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딸의 친구인 여중생 김모 양(14)을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가 범행 당시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정황이 8일 확인됐다. 이 씨가 1일 딸과 함께 김 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유기한 뒤 서울 도봉구 한 빌라로 도피할 때 지인의 차를 얻어 탄 사실도 드러났다.

○ 살인 혐의 등 불리한 질문 땐 무반응

이날 서울 중랑경찰서는 피해자 김 양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끈으로 목을 강하게 조를 때 생기는 상처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양이 야산에서 나체 상태로 발견됐지만 성폭행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경찰에 출석한 이 씨는 범죄 혐의와 수법, 동기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씨는 개인 신상 관련 질문에 대해서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식으로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숙이거나 가만히 쳐다보면서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날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시신 유기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지만 살인 혐의 관련 질문에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 씨와 딸 이모 양(14)은 5일 서울 도봉구 은신처에서 검거될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범행 직후 유튜브에 ‘김 양이 약을 잘못 먹고 숨졌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바로 병원에 알리는 게 당연한데도 시신을 감췄다”며 살인 혐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김 양이 지난달 30일 이 씨의 서울 중랑구 자택에 딸 이 양과 함께 들어가 이튿날 시신으로 나오기까지 집을 오간 사람이 이 씨뿐이었다는 사실도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이 씨와 이 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박모 씨(35)를 모두 구속했다. 박 씨는 3일 오후 3시경 영월에 시신을 버린 뒤 서울에 도착한 이 씨 부녀를 도봉구 은신처까지 차로 태워다 준 혐의다. 박 씨는 이 씨가 자주 가던 카센터 직원이며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생활고’라더니…외제차 몰며 ‘이중생활’

피의자 이모 씨는 5월 25일 인터넷 중고 거래 장터에 ‘수입 브랜드 차량에 쓰이는 그릴과 브레이크 패드 등을 묶어 100만 원에 판다’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카페 캡처
피의자 이모 씨는 5월 25일 인터넷 중고 거래 장터에 ‘수입 브랜드 차량에 쓰이는 그릴과 브레이크 패드 등을 묶어 100만 원에 판다’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카페 캡처
딸의 난치병을 치유하겠다며 모금 활동을 벌인 이 씨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말과는 다른 행적을 보였다. 이 씨는 그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딸을 살리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이 밀려 걱정이다”라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미국 포드 토러스(신차 기준 4000만 원대) 승용차를 소유하며 직접 몰고 다녔다. 누나 명의의 현대 에쿠스 차량과 형의 지인 명의로 된 BMW 차량도 자기 것처럼 이용했다. 김 양 시신을 유기할 때는 이 BMW 차량을 썼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토러스로 차를 바꾸기 전 시가 6000만 원가량인 유명 스포츠카 머스탱을 몰았다. 이 씨는 지난해 말 수백만 원대 반려동물을 분양 받았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반려동물 직거래 사이트에 닥스훈트 강아지를 분양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며 “지난해 닥스훈트 암컷을 300만 원에 분양 받았다. 지금은 1000만 원이 넘는다”고 썼다.

경찰은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이 씨 부인 최모 씨(32)가 평소 이 씨에게서 학대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팔꿈치과 무릎 아래를 제외한 전신에 문신이 있었으며 허벅지 안쪽에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 몸에 이 씨와 비슷한 문양의 문신이 있었다”며 “문신이 반강제로 새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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