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연인의 모든 것, 탁상시계가 찍고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객실에 몰카 설치해 성관계 촬영… 공중화장실까지 노린 30대 구속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 사용해 여친 모르게 찍은 남친 검거도

모텔 객실에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해 투숙객들의 성관계 장면을 찍은 모텔 직원 등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중국에서 들여온 몰카를 국내에 유통시킨 수입·판매업자 3명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일 경기 평택시와 인천 남구의 모텔 직원으로 일하면서 모텔 객실에 몰카를 설치해 50쌍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박모 씨(36)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탁상시계형 몰카를 모텔 객실에 설치했다. 또 공중화장실에 충전용 어댑터형 몰카를 설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이모 씨(34·구속)는 올해 3∼9월 대구의 클럽 등에서 만난 여성 12명과 모텔에서 성관계하는 장면을 62차례에 걸쳐 몰카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몰카가 장착된 손가방을 썼다. 경찰은 성매매업소의 성행위 장면과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각각 몰래 촬영한 혐의로 조모 씨(35)와 김모 씨(38)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 씨와 김 씨는 둘 다 손목시계형 몰카를 사용했다.

이들 4명 중 일부는 몰카 영상을 컴퓨터에 종류별로 구분해 저장해 뒀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찍은 몰카 영상이 인터넷 등에 유포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경찰 수사로 확인된 몰카 장비는 대부분 시계, 지갑, 안경, 가방 등 평범한 물품에 바늘구멍(지름 1mm) 크기의 초소형 렌즈가 숨겨져 있는 것들이다. 몰카 탐지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육안으로 발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코앞에 몰카 장비가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씨 등은 몰카 판매업자에게 장비 수리를 맡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당국의 ‘적합인증’과 ‘안전확인’을 받지 않은 몰카를 중국에서 수입해 유통시킨 수입·판매업자 홍모 씨(41) 등 3명을 검거했는데, 홍 씨의 컴퓨터에서 몰카 범행 영상이 나온 것이다. 홍 씨는 몰카 장비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범행 영상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이모 씨(26)를 검거했다. 이 씨는 올해 2∼5월 수도권 일대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여성 23명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피해 여성들의 가방 안쪽에 ‘관심 있으면 연락해주세요’라는 글과 연락처가 적힌 포스트잇을 붙였다가 피해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35건에서 2016년 5170건으로 5년 동안 약 3.4배로 증가했다. 그런데 현행법상 인증을 받은 몰카 장비를 유통하거나 판매, 구입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장비 구입이 워낙 쉽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몰카 범죄가 상당할 것”이라며 “(몰카 장비 등록제 등) 관련법이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몰카 수입·판매 등록제를 도입하고 몰카 유통 이력 추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특교 kootg@donga.com / 수원=남경현 기자
#몰카#모텔#손지갑#손목시계#투숙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