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강해 폭발”…22년 경력 소방관의 직감, 30여명 화마 피하게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2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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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이 강해 폭발할 것 같다. 200m 밖으로 대피하라.”

27일 오전 11시 55분 전남 완도군 고금면 가교리의 한 도로. 불붙은 탱크로리 차량 주변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던 소방차 10대에 다급한 무전지시가 내려졌다. LP(액화)가스 5t을 실은 탱크로리가 25t 트럭과 부딪쳐 화재가 일어난 현장이었다.

무전지시가 내려지자 소방차를 비롯해 경찰 순찰차 등 차량 16대가 일제히 남북방향으로 물러났다. 소방차 등 차량대피가 모두 끝나고 3분 뒤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폭발 직후 탱크로리 차체 파편은 로케트처럼 사방으로 200m가까이 날아갔다.


긴박한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진화작업과 사건경위 등을 파악하던 소방관, 경찰관, 면사무소 직원을 비롯해 이를 지켜보던 시민 등 30여 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무전지시의 주인공은 김평종 해남소방서 고금 119안전센터장(53·소방경). 그는 화재진압을 20여 분간 지휘하다 갑자기 탱크로리 불길이 20m 높이로 5배 가까이 치솟고 로케트 발사음 같은 소리가 들리자 폭발을 직감했다.

폭발 직후 탱크로리 차량은 뼈대만 남고 차량 부품들은 수류탄 터지듯 튕겨 나가 곳곳에 흩어졌다. 언덕에 걸쳐 있던 탱크로리의 차체는 폭발의 충격으로 치솟아 올라 도로 위로 다시 떨어졌다.

22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인 김 센터장은 과거에 전남 여수소방서 화학구조대 근무시절 탱크로리 화재사고를 서너 번 경험했다. 탱크로리 화재사고 경험이 인명피해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 센터장은 “인명 재산피해를 막기 위해 진화작업을 하던 중 불길이 너무 거세져 겁도 났지만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상황을 잘 판단해 폭발직전 대피명령을 내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말했다.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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