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좌중 펜싱부 ‘기적의 플뢰레’

  • 동아일보

꼴찌 맴돌며 팀해체 위기서 탈출, 교장이 사비 내고 중고장비 사용… 전국 최강팀 꺾고 男단체전 우승

인천 서구 가좌중학교 펜싱부가 11∼15일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대한펜싱협회 주최 제55회 전국 종별 펜싱선수권대회에서 중등부 남자 플뢰레 부문 단체전 우승(사진)을 차지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전국 최하위를 맴돌아 해체 위기에 놓였던 펜싱부가 창단 29년 만에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 펜싱부 주전 3학년 유시영 군(15)은 오른쪽 쇄골 골절로 수술을 받은 상태에서 개인전 동메달까지 따 교내 스타로 떠올랐다.

전국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는 전국 15개 팀이 출전했다. 가좌중은 준결승에서 우승 후보였던 서울 신수중을 접전 끝에 39-30으로 눌렀다.

결승전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팀 전남 해남중과 맞붙어 45-22로 압승을 거둬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해남중은 장비, 숙식 측면에서 군청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국 최강팀을 유지하던 학교였다.

가좌중 우승의 원동력은 정신력이었다. 2015년 3월 감독을 맡은 최용운 교사(57)와 엄진용 코치(34) 아래 선수 11명이 똘똘 뭉쳤다. 최 감독 부임 직전 만년 꼴찌였던 팀은 선수도 2명에 불과하고 학교 예산마저 부족해 해체까지 거론됐다. 펜싱 플뢰레팀은 인천지역 중학교에서 가좌중이 유일하다.

서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는 가좌중은 펜싱용 칼, 옷, 신발, 장갑, 마스크 같은 고가 장비가 필요한 펜싱부에 들어오려는 학생이 별로 없다. 최 감독은 “펜싱부원 절반가량이 결손가정 출신이어서 학교 지원이 없으면 펜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장 등이 사비를 털어 급식비를 대주고 다른 학교에서 쓰던 중고 장비를 수선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선수들은 2년 내내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9시 반 맹훈을 거듭했다. 지난해 강원 원주시 소년체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처음 두각을 나타냈다. 최 감독은 “공부에 별다른 취미가 없던 학생들이 펜싱선수를 하면서 꿈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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