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예산, 우리가 직접 따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서울 서대문구 ‘청소년참여예산제’

서울 서대문구의 ‘청소년참여예산학교’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주민참여예산을 살펴보며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마련하기 위해 토의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의 ‘청소년참여예산학교’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주민참여예산을 살펴보며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마련하기 위해 토의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과제를 풀고 토론과 강연,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는 이색 공간이 들어선다. 서울 서대문구에 문을 여는 청소년 전용 카페가 바로 그곳이다.

서울 서대문구는 내년 상반기 청소년이 많이 오가는 지역에 청소년 전용 카페를 개소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신촌이나 연희동 등지에 적합한 공간을 골라 카페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청소년 전용 카페 사업은 청소년 스스로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업 아이디어 제안부터 예산 집행, 운영까지 오롯이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맡았다. 서대문구 ‘청소년참여위원회’ 소속 학생 45명이 토론과 현장 검토, 사업성 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며 예산 5000만 원을 확보했다. 청소년 전용 카페 아이디어를 낸 조성용 군(16)은 “청소년이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청소년 전용 카페 추진의 배경에는 올해 초 서대문구가 서울에서 최초로 시작한 ‘청소년참여예산제’가 있다. 서대문구는 다른 자치구가 ‘청소년참여위원회’를 통해 청소년들의 아이디어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들에게 예산 5000만 원을 따로 책정했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사업을 직접 행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청소년들이 아이디어만 갖고 예산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 올 4월 청소년예산학교에서 예산 현황 및 기본정책 방향을 공부했다. 예산의 이해를 바탕으로 5월 총 46개의 사업을 제안했다. 이후 사업부서에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토론회와 현장조사, 청소년의회 심의·의결 등을 거쳤다. 임현서 양(12)은 “우리가 낸 아이디어가 여러 과정을 거치며 현실화하는 걸 보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별다른 지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평소 생각했던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월 1회 정기모임 외에 따로 운영진이 만나 회의하고 사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서대문구 교육지원과 김성애 주무관은 “정기회의 외에도 따로 만나 안건을 논의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활동하는 만큼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는다.

청소년 전용 카페와 함께 ‘구청 홈페이지에 청소년 발언 신문고 만들기’ 아이디어도 청소년의회를 통과했다. 언제 어느 때나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취지와 별도의 예산이 필요하지 않은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이 밖에 ‘시(詩)를 퍼뜨리자’, ‘홍제천 청소년 3 대 3 농구대회 개최’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산 제약 때문에 청소년의회에서 반영되지 못했지만 16일 열린 서대문구 주민총회에 상정돼 어른들이 낸 다양한 아이디어와 함께 경쟁을 벌였고 아쉽게 탈락했다.

청소년들은 아이디어 통과 여부와 별개로 예산 확보를 위해 체험한 활동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효빈 군(17)은 “참여예산 활동을 하면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청소년 문제뿐 아니라 모든 주민을 위한 사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주민총회에 참석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청소년들의 행정 참여 기회를 늘리고 많은 아이디어가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의 성취감과 민주적 역량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서울#서대문구#청소년참여예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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