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정복원 제대로 안돼 재발 일쑤

  • 동아일보

아동보호기관 상담 인력 부족… 가해자 조사-가족회복 1명이 담당
재발방지책 체계적 조언 어려워… 복지부 “업무 분리 등 개선책 모색”

전남 모 초등학교 5학년 A 군은 아버지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다. 신고를 받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상담원 B 씨가 조사에 나섰다. B 씨는 A 군이 학대당한 과정을 세밀히 조사한 후 가족과 잠시 떨어져 지내도록 조치했다. 이후 B 씨는 다시 A 군 아버지를 찾아가 ‘가족 복원’ 지원 및 상담을 시도했다. 하지만 A 군 아버지는 대화를 거부했다. A 군은 언제든 되풀이될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아동학대를 줄이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이런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기관은 인력 부족으로 아동학대 가해자 조사와 가해자 가족 복원 업무를 한 명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아동학대 1만1715건 중 9348건(79.8%)이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피해 아동이 학대한 부모와 분리되는 경우는 2772건(23.7%)에 그쳤다. 이로 인한 가정 내 ‘재학대’가 전체의 10.6%(1240건)를 차지했다. 재학대를 막으려면 가족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절실하다.

문제는 A 군 사례에서 보듯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전남중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 안혜은 팀장은 “현장조사는 업무 특성상 학대 행위자를 범죄자로 볼 수밖에 없다. 반면 가정 복원을 위해서는 학대 행위자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일에 상담원이 혼란을 느낄 뿐 아니라 가해자도 자신을 조사한 상담원이 가족 문제를 상담해 주는 데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체계를 현장조사팀과 사례관리팀으로 구분해 수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한 기관 상담원은 “인력이 부족해 팀만 2개로 나눠놓고 사실상 1명이 현장 조사와 사례 관리를 모두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복지부 변효순 아동학대대응팀장은 “현장 조사는 주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담당하고, 사례 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맡는 식으로 업무를 이원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족 복원 과정을 정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네이버스’는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 등을 대상으로 분노 조절과 양육기술 훈련,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대를 예방하는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을 개발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정해린 연구원은 “기존에는 학대 아동의 회복과 가해 부모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지 몰라 (재학대 여부를) 모니터링만 했다”며 “하지만 이 모형은 아이와 부모 간 재결합 시기 조절과 트라우마 치료 등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가족 복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아동학대#재발#가정복원#신고#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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