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버스업체 대표 등 4명 영장 방침… ‘경부고속도 7중추돌’ 무리한 운행 강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혹독한 근무여건 사고 직접 책임”… 경찰, 기사와 함께 공동정범 첫 처벌

9일 운전자 졸음운전으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를 낸 버스업체 업주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사고 버스인 광역급행 M5532 버스를 운영하는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와 핵심 간부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버스 인명사고가 났을 때 업주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운전기사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경찰은 26일 최 씨를 불러 조사한 뒤 주말까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 씨가 기사들에게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고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고의적으로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회사 전무인 최 씨 장남을 비롯한 간부 3명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하루 15∼19시간씩 이틀 연속 운행하고 하루 쉬는 오산교통 기사들은 동료가 과로로 쓰러지자 3월 13일 경기 오산시청과 국토교통부에 두 차례 진정서를 냈다. 다음 날 시청 공무원이 오산교통을 방문해 근무 여건을 개선하라고 지도한 뒤 수차례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최 씨 등이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했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오산교통은 버스 1대당 기사 1.1명(버스 103대, 기사 118명)에 그쳐 무리한 운행을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수도권 버스업체는 버스 1대당 기사 1.6∼2명이 있다.

경찰은 최 씨 등이 혹독한 근무 여건을 조성해 졸음운전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만큼 M5532 기사 김모 씨(51·구속)의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업주에게 부실 운영 책임을 지우는 판례를 이끌어내 관습처럼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는 버스업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생각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1994년 성수대교 및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판례를 참고했다. 두 사고 모두 당시 관리감독을 맡은 고위 책임자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사고를 낸 버스 기사들에게 ‘보험회사가 상대 피해 차량 수리에 부담하는 비용의 절반을 회사에 현금으로 내라’고 강요해 최소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수리비를 내지 않는 기사에게 징계를 내리고 운행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최 씨는 국토부에서 M5532 버스 면허를 받을 때 매일 40회씩 운행하기로 해놓고 실제론 28회씩만 운행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경부고속도 7중추돌#버스업체#영장#근무여건#경찰#기사#공동정범#처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