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어린이가 친모의 동거남으로부터 폭행당해 실명까지 한 전남 목포시 아동학대 사건은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참극이었음이 확인됐다. 의료기관이 신고까지 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모두 아동학대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11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따르면 전날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희중)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A 군(6)의 친모 최모 씨(35·구속 기소)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최 씨는 동거남 이모 씨(27·구속 기소)에게 폭행당한 A 군을 방치해 실명 등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 중상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지난해 9월 28일 광주의 한 대학병원 의사가 아동학대 정황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A 군은 이 씨로부터 5번째 폭행을 당해 조선대병원에 입원했다. 오른팔이 부러져 수술받은 A 군은 수술 후 잠을 자다 꿈결에서 “엄마 살려줘”라고 울부짖기까지 했다. 의료진은 “팔에 멍이 있는 등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광주동부경찰서와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같은 달 28일부터 30일까지 병원을 방문해 조사했다.
경찰은 “아들이 새벽에 베란다에서 자전거를 타다 다쳤다”는 최 씨의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봤다. 이에 A 군의 집이 있는 전남 목포경찰서에 ‘아동학대 사건으로 의심된다’는 공문을 보내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아동보호기관 측은 ‘안전사고인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아동보호기관 측은 A 군의 유치원 교사까지 만났지만 학대를 의심할 만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도 A 군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인 10월 20일 A 군은 가장 잔혹한 7번째 폭행을 당했다. A 군은 안면부가 골절되고 양팔과 다리가 부러졌다. 간 손상과 담도관 파열 등 중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다 같은 달 29일에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방치돼 결국 왼쪽 눈을 실명했다. 이때 의료진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고 전남지방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한 끝에 올 1월 이 씨와 최 씨를 구속했다.
만약 처음 의료진 신고 후 경찰이 계속 수사했다면 A 군이 실명까지 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정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의 특성을 감안해 더 적극적으로 수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아동보호기관 의견에 상관없이 수사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당시 조사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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