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만원 빼앗으려?… 고급 외제차 여성 살해한 6촌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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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40대 주부 납치뒤 살해

어두운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모는 40대 주부를 납치, 살해한 삼인조 강도 중 남성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전에 위장용 가발을 준비하고 도주로도 구상해 놓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에게서 사실상 빼앗은 돈은 480만 원이었다.

경찰 내부에선 “480만 원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른 게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27일 특수강도 등 혐의로 심모 씨(29·무직·서울)를 긴급체포했다. 달아난 심 씨의 6촌 형(31·경남 함안군)과 형의 여자친구 강모 씨(36)는 추적 중이다.

이들은 24일 오후 창원시 외곽의 골프연습장에서 손모 씨(47·여)를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빼앗은 신용카드로 480여만 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이날 오후 5시 반경 남편(52·사업)과 각자의 승용차를 타고 골프연습장에 도착했다. 3시간가량 연습을 마친 손 씨는 자신의 아우디A8를 세워둔 지하 1층 주차장으로 갔다. 남편은 지상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먼저 집으로 향했다.

검거된 심 씨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앞서 이날 오후 2시 20분경 골프연습장에 스포티지 차량을 몰고 온 강도들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22일 오후에도 사전답사를 했고 그날도 손 씨가 연습하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3시간여 뒤 손 씨가 아우디를 세워놓고 연습장으로 올라가자 그 옆에 스포티지를 대놓았다. 다시 약 3시간 후 자신의 아우디 문을 열려고 하는 손 씨에게 다가가 “저기요”라며 말을 거는 척하며 스포티지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 손 씨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은 심 씨와 6촌 형은 스포티지를 타고 경남 고성군 국도 옆 폐주유소로 갔다.

한편 강 씨는 손 씨의 아우디를 몰고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의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버렸다. 심 씨는 폐주유소에 6촌 형과 손 씨만을 남겨두고 강 씨를 데리러 의창구로 스포티지를 몰고 갔다. 사전에 모의한 대로였다.

그동안 6촌 형은 손 씨를 협박해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은 준비해 둔 마대에 넣었다. 검거된 심 씨는 “형이 손 씨를 죽여 마대 자루에 시신을 넣어둔 상태였다. 우리가 없는 동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어 “손 씨가 혼자 아우디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돈이 많을 것 같아 납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도를 따라 경남 진주, 전남 순천을 거쳐 광주로 가다 이날 오후 11시 반경 진주 진양호에 마대를 버렸다. 경찰은 27일 오후 손 씨의 시신이 든 마대를 진양호에서 수습했다.

심 씨 등은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적고 동선 추적이 어려운 국도만 이용해 광주까지 이동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또 경찰의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다른 차량에서 떼어낸 번호판 2개를 준비했다. 번호판 1개는 스포티지에 먼저 붙인 뒤 범행을 저질렀고, 광주로 가던 길에 다른 번호판으로 다시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오전 11시경부터 1시간 동안 광주 남구의 2개 금융기관 현금인출기를 통해 손 씨 신용카드 2개에서 480여만 원이 인출된 기록을 경찰이 파악하면서 이들의 꼬리는 밟히기 시작했다. 금융기관 2곳의 CCTV에는 현금서비스를 받는 이들의 모습이 찍혔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남성용 가발을 쓰고 화장품으로 진하게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심 씨는 27일 오전 1시반경 함안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량 밑에 숨어 있다 검거됐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달아난 6촌 형과 강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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