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도시의 자산… 발전기금이 거점 국립대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대 ‘발전기금 역할론’ 주목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가운데)이 지난 20일 지역사회 기부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부산대 발전기금 모금 현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가운데)이 지난 20일 지역사회 기부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부산대 발전기금 모금 현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지역 국립대학의 발전이 강조되고 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의 발전을 통해 지역 핵심 인재의 유출을 막고, 기업이 인재 영입을 위해 지역으로 내려가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 뿐만 아니라 민간의 발전기금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의 ‘발전기금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전 총장은 ‘대학은 도시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발전기금에 대한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연구중심대학 도약을 꿈꾸는 부산대가 왜 ‘발전기금’을 대학 발전의 핵심 요소로 삼았는지 26일 전 총장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대학의 미래에 발전 기금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면?

“2016년 여름, 개교 200주년을 앞둔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시에 위치한 미시간대학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10만7000여 명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장에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영국 첼시의 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부산대가 위치한 금정구(24만 명)보다 조금 많은 인구 30만 명의 앤아버에 있는 대학이 어떻게 이러한 세계적 이벤트를 열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내린 결론은 대학은 지역의 ‘지적(知的)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지역시민은 대학을 성장시키는 공동주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미시간대학의 연간 예산은 4조 원 정도로 서울대의 5배, 부산대의 10배입니다. 미시간대 예산의 상당 부분은 발전기금에서 충당하는데 발전기금 담당 직원이 200명이나 됩니다. 2013년 시작된 미시간대의 기부 목표액은 4조 원 규모로 2017년 4월 현재 34만 명이 동참하여 목표액의 99%인 3조9700억 원을 모았습니다. 놀랍게도 기부에 참여한 82%가 100만 원 이하의 소액기부자들입니다. 대학과 도시, 대학과 시민들이 한 몸처럼 상생 발전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 대학들이 발전기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재정이 곧 대학의 경쟁력이고, 대학이 미국의 미래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모아진 발전기금은 우수 교수 유치와 연구비, 장학금, 교육시설 확충 등에 사용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중요 정책 중 하나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입니다. 그 핵심에는 각 지역 소재 거점 국립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도시 발전 전략이 있습니다. 한 도시에 명문대학이 있다는 것은 도시에 있는 다른 대학들의 명성도 같이 올라감을 의미합니다. 도시가 살아나기 위해선 대학과의 상생이 중요하고, 대학은 도시 발전을 이끄는 ‘아이디어 뱅크’로서 핵심적 기능을 담당해야 합니다.

2017년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는 미국 15개, 영국 6개,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가 각각 2개, 호주, 중국, 일본이 각각 1개 대학이 포함되었습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대학이 무너지고 왜 미국 대학들이 세계대학 순위를 휩쓸까요? 세계 30위권에 든 미국 대학 15개는 모두 연구중심대학입니다. 주립인 미시간대학과 버클리대학을 제외한 13개는 사립대학입니다.

남북전쟁이 진행 중인 1862년, 미 의회는 ‘토지무상양도법’을 통과시켜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했습니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미 의회는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구축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대학원교육에 집중 투자를 유도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은 연방정부, 주정부, 기업, 연구비 지원기관, 기부단체들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60여 개의 연구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해 왔습니다. 이들 대학이 오늘날 미국을 만드는 핵심 저력이라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요. 2012년 미 의회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연구중심대학의 역할 강화를 위해 매년 10조 원의 재정확보를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부산대가 발전기금 확충을 위해 추진중인 복안이 있다면?

“부산대는 발전기금의 획기적 확충이 대학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부산대 발전이 ‘지역 대학 동반 발전→부산 발전→지역균형발전→대한민국 발전’이고 그 추진 동력이 발전기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 균형발전, 그리고 대학과 도시의 상생 발전을 위해 지역별 연구중심대학과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및 기부단체와 시민들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고 대학의 연구재정을 증가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대가 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시민들의 헌금이었습니다. 광복 직후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힘든 폐허 속에서도 경남 고성의 옥천사는 토지를, 대선주조 등 지역 기업들은 현금을 기부해 대학 설립자금을 마련해줬습니다. 특히 2003년 경암 송금조 선생의 기부는 부산대가 양산캠퍼스 터를 매입해 의생명바이오 연구의 메카로,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해가는 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부산대는 미래지향적인 기부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윤리적인 기부’와 ‘기부자가 존경받는 문화’를 지향하려 합니다. 소중한 기부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하는 것도 기부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합니다. 부산대에 발전기금을 내는 것은 곧 부산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보다 구체적인 관련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기부확산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산=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부산대#부산대 발전기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