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됐던 철길이 쾌적한 힐링 공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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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대구선 공원화 사업 완료
폐선後 9년만에 추억의 철길로… 도심 속 녹지로 환경개선 효과도

열차가 다니지 않는 대구선 터에 만들어진 동촌공원을 찾은 가족이 옛 철길을 걸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대구 동구 제공
열차가 다니지 않는 대구선 터에 만들어진 동촌공원을 찾은 가족이 옛 철길을 걸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대구 동구 제공
직장인 이정호 씨(41)는 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에 있는 대구선(線) 아양공원을 가끔 찾는다. 동구청에서 아양네거리 방향으로 50여 m 걸어가면 왼쪽에 입구가 나온다. 폭 10m, 길이 1.7km의 길게 이어진 공원은 산책로와 쉼터로 꾸며져 평일에도 찾는 주민이 많다. 길게 뻗은 레일이 옛 철도의 흔적을 보여준다. 밤에는 경관 조명이 켜져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씨는 “계절마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가 최근 대구선 공원화 사업을 완료했다. 동대구역에서 안심 대림육교까지 길이 7.5km, 면적은 13만2139m²다. 2008년 2월 대구선 도심 구간을 외곽으로 옮기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된 지 9년 3개월 만에 쾌적한 공원으로 바뀌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던 옛 대구선은 기차 소음과 철로 주변 슬럼화로 동구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혔다. 지금은 대구에서 보기 어려운 선형(線形) 공원 3곳이 들어섰다. 동촌동 입석네거리∼율하천 4.3km를 비롯해 신서동 신서그린빌∼괴전동 대림육교 1.4km, 동대구역∼입석네거리 1.7km가 공원으로 변했다. 철로를 따라 길게 이어져 찾아가기도 쉽다.

공원 중간쯤의 ‘아양기찻길’은 새로운 명소가 됐다. 1936년 5월에 만들어져 낡을 대로 낡은 아양철교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폭 3m, 길이 227m 철로에서 바라보는 금호강과 팔공산 풍경이 색다르다. 철교에 설치한 침목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유리를 덮은 길도 있다. 관광자원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철교를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추진한 동구의 선견지명이 보답을 받은 셈이다.

아양기찻길 옆 금호강변에는 가수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1971년 발표) 노래비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흘러나온다. 동구는 패티김이 6·25전쟁 때 신암동에서 3년가량 피란생활을 한 인연을 기억하기 위해 노래비를 세웠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입석동 옹기종기행복마을도 공원에서 가깝다. 골목마다 색색의 화분이 놓여 있고 착시 효과를 낸 그림들이 재미를 줘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

동구는 대구선 공원에 다양한 체험 코스를 접목해 관광 가치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금강역 일대에 조성 중인 안심창조밸리가 대표적이다. 금호강과 안심습지를 포함한 안심3, 4동 및 괴전동 110만 m²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80억 원을 들여 생태관광을 주제로 한 휴양 시설을 만들고 있다. 강대식 동구청장은 “역사와 문화 체험이 가능한 기찻길 테마관광 코스를 구상하고 있다”며 “주변 정비 사업과 관광 기반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선 아양공원#대구선 공원화 사업#동촌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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