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경로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민요교실-보드게임-원예 등 여가 선용-배움의 장소로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신원어르신어울림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이면 한궁(다트와 유사한 생활체육) 게임이 열린다. 다른 날에도 민요교실, 보드게임, 영화감상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곳은 전형적인 오래된 경로당이었지만 양천구가 지난달 건물을 새로 짓고 찾는 이들이 심심할 틈이 없도록 스케줄을 만들면서 새로운 공간이 됐다.

경로당을 ‘어르신들이 온돌방에 앉아 하릴없이 쉬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중장년층 못지않게 활동적인 노인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여가와 배움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속속 변신하고 있다.

강남구는 관내 경로당에 전문 강사를 섭외해 천연비누 만들기, 제과·제빵, 원예 수업을 신설했다. 시간 보내기용 교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이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 교실에서 ‘실버 강사’로 활약할 수 있도록 했다. 고시환 강남구 노인복지과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도 생산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만의 공간도 아니다.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주민 사랑방’ 역할도 한다. 마포구 망원2동 경로당은 2000권 이상의 책과 커피, 차 등을 비치해 누구나 즐기게 했다. 아예 이름도 ‘초록북카페’로 바꿨다. 서울시 경로당 3000여 곳 가운데 이 같은 ‘개방형’ 경로당이 100곳을 넘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로당은 주민들이 오기 쉬운 동네 안에 있지만 노인만 사용한다면 활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어르신도 대부분 아이나 청소년들이 찾는 걸 아주 반긴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경로당#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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