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IFA비리 수사에 딱 걸린 한국 광고사 임원

  • 동아일보

브라질마케팅사와 수상한 거래… 美법무부서 한국에 사법공조 요청
檢, 9억 뒷돈 챙긴 혐의로 구속

올 2월 검찰이 대기업 계열의 유명 광고회사인 H사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한 임원의 사무실.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계속되던 중이라 해당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을 듣고 회사 관계자들은 황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와 연루된 배임 혐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FIFA 비리에 어떻게 국내 광고회사가 엮일 수 있느냐”며 의아해했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경 미국 법무부는 한국 정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H사 상무 최모 씨(52)의 금융거래기록을 넘겨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 연방검찰이 제프 블라터 전 회장 등 FIFA의 전·현 고위 간부들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FIFA 부패 스캔들은 2015년 FIFA 고위 관계자들이 스포츠마케팅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중계권과 마케팅 독점권 등을 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블라터 회장이 물러나고 FIFA 간부 등 40여 명이 기소되는 등 한동안 세계 축구계가 들썩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중심에 있던 브라질 최대 스포츠마케팅 기업 트래픽그룹과 한국 기업 사이의 수상한 거래가 포착된 것. 트래픽그룹이 남미축구연맹(CONMEBOL)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수사하던 중이었다. 2007년과 2011년 열린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때 국내의 한 가전회사가 후원을 맡으면서 뒷돈이 오간 흔적이 있다는 게 미 법무부가 보낸 주요 내용이었다.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 H사는 가전회사 광고를 대행하면서 트래픽그룹과 12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가 수수료 명목으로 9억 원가량을 돌려받아 챙긴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최 씨를 구속했다. H사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 씨의 비리를 알게 됐다”며 “심각한 개인 비리로 판단해 지난달 31일 최 씨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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