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공공조형물로 지정 추진
도로 등에 설치된 조형물 區서 관리… 없애려면 건립 주체에 사전 통보
심의위 거쳐야 가능케 조례 개정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되거나 훼손되는 일은 쉽게 벌어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구가 평화의 소녀상을 구의 공공조형물로 지정,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종로구가 지난해 입안 예고를 한 ‘종로구 도시공간 예술조례 개정안’이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법제처의 검토를 거친 개정안이 다음 달 중순 열릴 구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던 소녀상을 종로구가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시설에 세우는 동상이나 기념탑, 각종 조형물 등을 공공조형물로 규정할 수 있고 관리 주체는 종로구로 지정한 것이다. 관리대장 작성은 물론이고 청소와 보수도 구가 하도록 돼 있다.
무엇보다 핵심은 공공조형물을 옮기거나 철거하려면 건립 주체에게 먼저 통보하고 구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다. 공공조형물 지정은 심의위원회가 작품의 타당성 및 장소 적합성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 소녀상은 조례가 없던 2011년에 만들어졌지만 개정안의 부칙에서 이미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녀상은 종로구 소유의 도로에 설치돼 있어 조례가 확정되더라도 다른 법의 저촉을 받을 우려는 없다는 게 서울시 및 종로구 측의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이 국가나 시가 아닌 자치구가 소유한 토지에 설치하는 소녀상은 해당 자치구의 조례에만 부합하면 된다”며 “현재도 서울 시내 각 소녀상은 서울시가 아닌 해당 자치구가 관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그동안 각 자치구에 소녀상 관련 조례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의 하나로 종로구가 이번에 조례안 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종로구뿐만 아니다. 지난해 발의된 ‘서울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 서울시도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물을 설치, 관리할 근거가 생긴다. 현행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과 큰 틀에서는 겹치는 내용이지만 구체적으로 사실상 소녀상을 뜻하는 ‘조형물 설치’를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시행하는 기념사업을 시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소녀상을 민간이 만드는 데 비용을 지원할 근거를 만든 셈이다.
다만 서울시 일각에서는 “실제 관리 권한은 이미 자치구에 있는 만큼 실효성보다는 시류에 따르는 정치적 의도가 묻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조례는 지자체의 자치 법규인 만큼 상위의 법률이나 시행령 등이 제정·개정되면 무효화될 수도 있다.
한편 외교부가 한일 관계 호전을 위해 주한 일본공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음에도 소녀상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분 시민단체들이 주축으로 건립했다.
전국의 소녀상은 66개로 집계된다. 서울에는 10개가 있는데 광복절인 8월 15일까지 도봉구, 강북구, 금천구에 세 개가 더 만들어질 예정이다. 경기 광주시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도 지난달 25일 ‘경기도 광주시 소녀상 건립 발대식’을 열고 내년 3월 설치를 목표로 모금 활동 등을 시작했다. 대구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가 소녀상을 놓을 터를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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