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알파인 참가 김현수, 착지하다 네트 넘어 튕겨나가
주최측 “눈으로 그물 높이 낮아져”… 대회 1년 앞두고 관리허술 드러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도 나섰던 국내 스키 유망주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 코스에서 열린 대회 도중 코스에서 튕겨나가며 쇠막대와 나무에 부딪쳐 중상을 입었다.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둔 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평 알파인경기장 레인보우1코스에서 열린 제98회 전국 동계체육대회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충남대표로 출전한 김현수(22·단국대 3학년·사진)가 마지막 턴 구간에서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코스를 이탈했다. 김현수는 슬로프 옆 안전 네트를 지지하는 쇠막대에 부딪친 뒤 네트를 넘어 튕겨나갔고 인근에 있던 나무에 부딪쳤다. 김현수의 친형으로 울산광역시청 대표로 함께 출전한 국가대표 김현태(27)는 “밑에서 동생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그물 너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김현수의 왼쪽 고관절이 부러졌고 폐와 신장이 파열됐다. 다른 여러 장기에서도 출혈이 발생했다. 김현수는 구급차에 실려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현수는 최소 6개월간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며 올해 선수생활을 재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지점은 점프 지점과 착지 지면이 거의 수직을 이룰 만큼 가파른 곳이었다. 이날 다른 선수도 착지하다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는 안전을 위해 높이 3m의 네트가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이날 사고 지점 네트의 높이는 선수의 가슴 정도에 불과했다. 대회 심판으로 경기에 참가한 김현수의 아버지 김준기 씨(59)는 “사고 발생 전인 이날 오전 대회 구간을 둘러보고 사고 위험성에 비해 점프구간의 그물 높이가 현저히 낮아 관계자들과 함께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들은 “원래는 3m 규격에 맞게 네트를 설치했으나 최근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네트의 높이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는 김현태는 “지난해 정선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때는 안전네트 관리가 정말 철저했다.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했었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결과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가 열린 용평 레인보우1코스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대회전과 회전 경기가 열린다.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이 열리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보다 폭이 매우 좁다. 선수들이 최고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슬로프를 내려오는 종목의 특성상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대회 주최 측의 안전 불감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4년 전국체전 남고부에서 4관왕에 올랐던 차세대 유망주 김현수는 소치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러시아 카잔에서 성화봉을 들고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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