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가 책 읽어주는 토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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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셋째 주 광화문 그림책 콘서트

서울 광화문 어린이 헌책방을 찾은 아이들에게 임정진 동화작가가 책을 읽어 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의 주최로 매달 셋째 토요일 그림책 콘서트가 열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광화문 어린이 헌책방을 찾은 아이들에게 임정진 동화작가가 책을 읽어 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의 주최로 매달 셋째 토요일 그림책 콘서트가 열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해외 저명 동화상을 타는 한국인 동화작가는 늘고 있지만 국내 아동문학 출판시장은 좁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도 해외 동화가 대다수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동화책의 자리를 스마트폰이 점점 채워가고 있다. 그런 시대에 매달 셋째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작가와 함께 그림책 읽는 아이’ 그림책 콘서트는 흥미롭다.

 서울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주차빌딩 지하 1층 ‘아름다운가게’ 세종로점에서 매달 20일경 오후 3시부터 동화작가들이 아이들에게 우리 동화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행사가 40회를 맞았다. 21일 열린 40회째 그림책 콘서트에는 동화작가 조혜란 씨(52·여)가 나와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를 읽어줬다. 헌책방 중앙에 아이들과 작가가 모여 앉고 부모들은 뒤에서 지켜봤다.

 2013년 8월 아름다운가게의 신지호 매니저(40)가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동화작가들에게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림책 콘서트에 처음부터 동참한 임정진 작가(54·여)는 “당시 아름다운가게 이태원점에서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회를 거듭하면서 현재는 70명가량이 온다”고 말했다. 25일 찾아간 이곳은 싸고 깨끗한 헌책을 사려는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였다. 신발을 벗고 온돌방처럼 앉거나 누워서 책과 씨름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림책 콘서트에서는 책만 읽어주는 게 아니다. 음악과 그림에도 능통한 작가가 많다 보니 2시간 동안 다양한 공연을 한다. 조혜란 작가는 작품을 소개하며 우쿨렐레로 음악도 들려줬다. 영어를 잘하는 작가는 영어 구연동화를 들려주고, 가야금과 민요를 하는 작가에 인형극까지 형식도 가지가지다. 한 그림작가는 “음악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색깔과 형태를 자유롭게 그려보라”고 한 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한 장씩 보며 의견을 말해줬다고 한다. 부모들이 “키즈카페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라며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화작가들이 이 콘서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꼬마 독자들과 바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동화를 지으면서도 대부분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업할 때가 많다. 아이들 앞에 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에 아이들이 관심이 높은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참여하는 작가가 늘었다.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작가가 직접 동화를 읽어주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한다. 콘서트가 끝나면 일종의 팬서비스로 작가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주기도 하고 사인도 해준다. 임정진 작가는 “‘방긋아기씨’처럼 한국 창작동화를 소개하거나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전래동화를 구술하면서 우리 문학을 전파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부모도 아이도 책과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다. 헌책방에서 만난 책 한 권이 생각지 못한 영향을 아이와 부모 누구에게 줄지 모른다. 2월 18일 오후 3시에는 유준재 작가의 그림책 콘서트가 열린다. 소리꾼 김성종 씨가 사회를 맡는다. 페이스북 ‘그림책 읽는 아이’에서 자세한 행사소식을 알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동화작가#그림책#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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