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사랑 전하는 ‘키다리 아저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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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읍서 정육점 운영 김경운 씨, 설 앞두고 돼지고기-쇠고기 기탁

1996년부터 단양 지역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고기를 선물하고 있는 김경운 씨. 단양군 제공
1996년부터 단양 지역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고기를 선물하고 있는 김경운 씨. 단양군 제공
 설을 앞둔 24일 충북 단양군 단양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달라”며 돼지고기 159kg과 쇠고기 32kg이 기탁됐다. 이 고기를 내놓은 사람은 단양읍 상진리에서 정육점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운 씨(52).

 1996년 10월부터 고깃집을 시작한 김 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99년 지역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고기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자신 역시 넉넉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같은 처지인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 일을 시작했다.

 첫해 학생 23명에게 돼지고기 3kg씩 모두 69kg을 나눠준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수혜 학생을 늘려 지난해 말에는 학생 173명에게 519kg의 돼지고기를 나눠줬다. 이 같은 선행 덕분에 그는 단양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올해부터는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의 불우한 이웃에게도 온정을 나눠 주기로 하고 설날을 앞두고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전달한 것이다. 김 씨의 부인 이명자 씨(48)도 남편을 적극 응원하고 있다. 이 씨는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고기를 나눠 주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웃에게 베풀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웃 사랑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단양군민대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착한 가격’으로 물가 안정에 이바지했다며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작게 베풀었을 뿐인데도 이를 고마워하는 학생들이 감사 편지를 보내온다”며 “고깃집을 그만두는 날까지 이웃 사랑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키다리 아저씨#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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