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땐 ‘유전집유-무전복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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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판결때마다 패러디 회자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강헌 사건 이후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법원의 느슨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회자됐다. 음절이 바뀌어 패러디되기도 했다.

 가까운 예는 2015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다. 조 전 부사장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조현아, 집행유예로 석방. 유전집유 무전복역”이라고 썼다.

 2012년에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등장했다. 이 매체는 재벌에 대한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설명하며 발음대로 ‘Yujeon mujwai, mujeon yujwai’라고 표기한 뒤 ‘돈=무죄, 돈 없음=유죄’라는 영어 설명을 달았다.

 2003년 1월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요즘 사회적 양극화와 취업난을 꼬집는 말로 다양하게 패러디되고 있다. 20, 30대 남성 노동자 중 임금 하위 10%의 기혼 비율은 6.9%, 임금 상위 10%의 기혼 비율은 82.5%라는 조사 결과에 ‘유전결혼 무전비혼’이란 말이 나왔다. 또한 ‘유전취업 무전실업’(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취업 컨설팅비가 최고 500만 원), ‘유전합격 무전낙방’(강남 8학군이나 특목고 출신 학생 명문대 고시 합격률 상승) ‘유전면제 무전입대’(고위층 자녀의 군 면제)란 신조어도 생겼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때는 ‘유전한우 무전광우’란 말로 변주됐다.

 지강헌 사건은 2006년 영화 ‘홀리데이’로 제작됐다. 배우 이성재가 지강헌에 해당하는 지강혁 역을, 최민수가 탈주범 일당을 쫓는 경찰관 김안석 역을 맡아 연기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3회 제목을 아예 ‘유전무죄 무전유죄 편’으로 달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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