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연 영장판사 비난 봇물… 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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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 기각]“조의연 판사, 삼성 법무실장으로 갈것”
누리꾼 근거 없는 인신공격 눈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19일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법부가 삼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법원을 겨냥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명예훼손 수준의 악담을 하기도 했다.

○ 조의연 부장판사 비난 ‘유언비어’ 확산


 조 부장판사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은 법원 안팎에서 “무슨 사고라도 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하루 종일 조 부장판사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양심보다는 사익을 앞세운 판결을 했다”며 조 부장판사의 파면을 촉구하는 서명도 진행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조 부장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다”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 중에는 “조 부장판사가 앞으로 삼성그룹 법무실장으로 취업해 돈 방석에 앉을 것”이란 식의 인신공격이 넘쳤다. 또 일부 누리꾼은 SNS에 조 부장판사가 근무하는 서울중앙지법의 대표 전화번호와 영장계 전화번호를 올리고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전화를 걸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서울중앙지법에는 평소보다 많은 전화가 걸려와 업무에 방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소신을 지킨 조 판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양심 있는 법조인을 지켜야 한다”며 조 부장판사를 치켜세우는 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조 부장판사는 이날 담담한 자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했고, 그 결과에 대한 비판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법원 “영장 기각, 예상된 결과”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란 반응이 많이 나왔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준 돈이 ‘뇌물’인가는 법률적으로 다퉈 볼 부분이 많다”며 “도주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게 불구속 재판 기회를 보장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 명목으로 송금한 돈을 박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본 특검의 판단은 판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특검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법원 일부에서는 “특검이 반기업 정서와 촛불 민심에 기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특히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직후 일부 언론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수사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데 대해 “법원을 협박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조계 원로들은 대체로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대표 변호사는 “한 사람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여론과 거리를 두고 공정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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