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112 허위신고 안 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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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범죄” 지난해 처벌 급증

 17일 오후 9시 8분 경남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배모 경사가 “어디냐”고 묻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산속 같아요”라며 울먹이는, 앳된 여성으로 생각되는 음성이 들렸다. 그러고는 전화가 끊겼다. 배 경사는 통신 추적을 통해 휴대전화 소유자가 사는 곳으로 형사 등 20여 명을 출동시켰다.

 그러나 형사들이 찾아간 거제시 연초면 한 자취방에는 20대 남성만 4명이 모여 있었다. 조사 결과 전화를 건 사람은 김모 씨(20·무직)였다. 112신고센터 대원의 치열한 활동상을 그린 TV 드라마를 보고 여성 음성을 흉내 내 장난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경찰서는 김씨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휴대전화 소유자 등 친구들도 장난전화에 동조한 것으로 보고 즉결심판에 회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허위·장난신고가 계속 늘어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주경찰서가 지난해 5월 구속한 강모 씨(54·여)는 112신고센터와 경찰지구대에 5000여 차례 허위신고를 해 경찰 업무에 지장을 줬다. 강 씨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12신고센터 등에 전화를 걸어 “딸이 호텔에서 죽었다” “남편이 때린다”는 등 상습적으로 장난신고를 한 혐의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남에서 허위신고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2014년 108명에서 2015년 179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70명으로 급증했다. 허위·장난신고는 형법이나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경남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정필수 관리팀장은 “허위·장난신고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그 피해는 다른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경찰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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