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이 한국인 사업가 납치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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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前-現경찰 4명이 공모
수사 빌미로 연행해 살해뒤 소각… 몸값 요구해 1억2000만원 챙겨
필리핀 외교장관 “유감” 표명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된 한국인 사업가 지모 씨(53)가 현지 경찰에게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18일 마닐라 인근 앙헬레스 자택에서 납치됐던 지 씨가 납치 당일 목이 졸려 살해됐다는 공범의 증언을 16일 필리핀 경찰이 확보했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주범은 리키 이사벨이라는 이름의 필리핀 현직 경찰(경사)이다. 이사벨은 공범과 함께 지 씨를 납치해 살해했으며 시신은 전직 경찰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소각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필리핀 당국은 17일 용의자 8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여기에는 이사벨 등 현직 경찰 3명, 전직 경찰 1명이 포함돼 있다. 2007년에도 현직 경찰이 포함된 사건으로 한국인 1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있었다.

 지 씨의 부인은 경비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납치 정황을 확인한 뒤 이튿날(지난해 10월 19일) 현지 경찰에 신고했고 이날 주필리핀 한국대사관도 사건을 인지했다. 범인들은 같은 달 30일 지 씨 부인에게 몸값 800만 페소(약 1억9300만 원)를 요구해 다음 날 500만 페소(약 1억2000만 원)를 현찰로 받았다.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협박에 위축된 부인은 경찰과 대사관에 몸값 지불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지 씨는 이사벨과 알고 지내던 사이로 피랍 당일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는 이사벨과 공범의 협박을 받고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1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 씨 사망 사건에 유감을 표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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