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민장학회, 지역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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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200억 원 장학금 조성… 해마다 학생 270여 명 선정해 혜택

충북 영동군 심천면 출신 러시아 유학생 공근식 씨(왼쪽)가 9일 박세복 영동군수를 만나 고향 주민들의 응원과 격려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충북 영동군 심천면 출신 러시아 유학생 공근식 씨(왼쪽)가 9일 박세복 영동군수를 만나 고향 주민들의 응원과 격려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고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영동인’이라는 자부심과 고향의 정(情)으로 희망찬 유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마친 후 고향과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일 충북 영동군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해 모스크바물리기술대를 수석 졸업한 농사꾼 출신 러시아 유학생인 공근식 씨(47). 공 씨는 이날 박세복 영동군수를 만나 고향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영동군 심천면에서 수박 농사를 지으면서도 ‘주경야독’을 하며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2004년 34세의 나이에 배재대 전산물리학과에 입학했다. 공 씨는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 교환 교수를 통해 유학을 결심하고, 2010년 물리학 분야의 유명 대학인 모스크바물리기술대 항공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이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러시아 항공우주 전문 잡지인 ‘자유로운 비행’의 지난해 5월호 표지 인물로 선정됐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영동군민장학회는 공 씨에게 360만 원의 특별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에 부응하듯 그는 지난해 대학원에 진학해 1학기 전 과목 A학점을 받았다.

 충북 영동군민들이 만든 장학회가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커지면서 지역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6일 영동군에 따르면 2003년 설립된 영동군민장학회(이사장 박세복 영동군수)의 지난해 말 기금 적립액은 139억5700만 원이다. 군비(郡費) 5억 원을 종잣돈으로 시작해 해마다 영동군에서 평균 13억여 원을 출연했고, 여기에 기업체와 각종 사회단체, 출향 인사 등 민간 후원금과 이자 수입 등이 합쳐져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기탁금은 2억6695만 원으로 2015년의 1억5000만 원보다 크게 늘었다. 영동군은 2022년까지 200억 원의 장학금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동군민장학회는 지난해까지 관내 2427명의 학생에게 18억8804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러시아 유학생인 공 씨에게는 미래 인재 육성의 일환으로 특별장학금을 줬다. 올해는 지역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U1대(옛 영동대) 본교 입학 지원을 위해 100만 원의 축하금을 주는 등 장학금 지급 폭을 늘릴 계획이다. 영동군민장학회는 해마다 27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해 대학생 150만 원, 고교생 50만 원, 중학생 30만 원, 초등학생 30만 원씩을 주고 있다.

 올해도 장학금 기탁은 이어지고 있다. 4일 올해 처음으로 영동농공단지협의회(회장 이명열)가 500만 원을 내놓았다. 이 협의회는 2014년부터 해마다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이명렬 회장은 “회원들이 모은 작은 정성이 지역을 이끌 인재 양성에 소중히 쓰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5일에는 박영덕 서진환경 대표가 300만 원을 기탁했으며, 광림스포츠 안철근 대표와 금성사 신도회원들도 100만 원씩을 내놓으며 장학회에 힘을 보탰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장학생 선발과 지급 규모를 확대해 지역의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라며 “군민들이 마련해 준 튼튼한 기반 아래 학생들이 영동 발전을 이끌 주역으로 성장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영동군민장학회#공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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