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1억 기부한 할머니, 4년 전에도 2억 쾌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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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여고에 1억 원을 기부한 권오란 씨(오른쪽). 왼쪽은 장승진 춘천여고 교장.
강원 춘천여고에 1억 원을 기부한 권오란 씨(오른쪽). 왼쪽은 장승진 춘천여고 교장.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라고 하셨던 생전의 어머니 말씀을 받들었을 뿐입니다."
강원 춘천여고 19회 졸업생인 권오란 씨(77)가 지난해 12월 모교를 방문해 장학금 1억 원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에서 살다가 2년 전부터 춘천에 거주하고 있는 권 씨는 장승진 춘천여고 교장을 찾아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 원을 기탁했다.

권 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언니의 모교인 춘천교대(옛 춘천사범학교)에 2억 원을 기부한 것. 첫 발령을 받아 교사 생활을 하던 중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언니의 제자 사랑하는 마음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강원 강릉시 경포 출신인 권 씨는 춘천여고와 숙명여대를 졸업한 뒤 하숙집을 하는 어머니를 돕다가 결혼 후 주부로 지냈다. 중등교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일찍 운명을 달리한 언니 때문에 어머니가 교편 잡는 것을 반대하는 바람에 교사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두 차례 기부한 돈은 어머니가 서울에서 억척스럽게 하숙을 하며 번 돈을 남겨주신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외아들도 자신의 뜻에 흔쾌히 동의했다. 권 씨는 "아들은 직장에서 월급 받아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으니 돈 물려줄 생각 마시고 좋은 일에 쓰시라고 했다"며 "나 역시 어머니가 번 돈을 좋은 일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고 겸손해 했다.

장승진 교장은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권 씨의 뜻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을 갖춘 학생들을 길러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여고는 3월 2일 입학식에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권 씨에게는 감사패를 전할 예정이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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