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前산업은행장 “대우조선은 업무의 1%도 안됐다” 무죄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22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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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돼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이 첫 재판에서 "산업은행 성장에 매달리느라 대우조선은 업무의 1%도 안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순실 국정 관여는 1% 미만"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강 전 행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1998년 외환위기 때 기재부 차관으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장관으로 조국을 위해 온몸을 바쳐서 일했다"면서 "공직에 있는 동안 돈 하나 받지 않았는데 구치소에 갇힌 동안 벽을 보며 통곡하고 싶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강 전 행장은 파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와 스스로를 변론했다.

강 전 행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일이 반박하기 보다는 자신이 정부와 산업은행에서 국가를 위해 일한 공로를 더 부각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사업을 수주할 때 세계 50위권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 그런 규모의 은행이 없어 산업은행을 성장시키는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사는 아파트와 시골에 상속받은 논외에는 땅도 주식도 없다"며 자신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강 전 행장은 2011¤2012년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넣어 지인 김모 씨가 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 원을 투자하게 하고 종친이 운영하는 건설업체에 5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됐다.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의 경영상 문제점을 보고받은 상태에서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하는 대가로 경영 비리 의혹을 받던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이 문책 없이 퇴진할 수 있게 배려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2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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