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바이러스, 밀집 사육-방역 소홀 파고들어 ‘최악 AI’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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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심각’ 단계 경보 원인은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규모가 빠른 속도로 역대 최대 기록을 연일 갈아 치우면서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해진 AI 바이러스와 밀식(密植) 사육,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후 도살 처분됐거나 도살 처분 예정인 닭·오리는 1658만4000마리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직간접 손실 비용도 50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이번 AI를 발병시킨 바이러스(H5N6)의 독성이 이전보다 강력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H5N6는 2014년 바이러스(H5N8)와 달리 잠복기가 짧아 닭과 오리가 발병 후 즉시 폐사한다.

 좁은 공간에서 닭·오리를 키우는 밀식 사육 방식도 문제를 키웠다. 산란계(알 낳는 닭)의 경우 철사로 만든 닭장을 최고 12단까지 쌓아올려 키운다. 축산법에 규정된 산란계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 용지(0.062m²) 한 장도 안 되는 0.05m²다. 일부 농장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최대 50만 마리까지 닭을 키운다. 한 번 바이러스가 퍼지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금류 사육 농가가 충청과 경기 지역 등 철새 도래지 주변에 몰려 있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2014년 농식품부는 철새 도래지 주변의 닭·오리 농가가 이전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함께 일부 농가의 방역 소홀도 빼놓을 수 없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AI 확진판정을 받았거나 주변에서 발생해 도살 처분한 산란계 농가 중 38개 농가를 조사한 결과 28개 농가(73.6%)에서 방역복을 입지 않고 계란을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종오리 농장 12곳 모두에서는 소독도 하지 않고 오리를 관리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양성판정을 받은 지 24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는 도살 처분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농장이 많은 것도 문제다. 도살 처분 인력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만 군 인력 투입에 대해 농식품부는 “장병 안전 문제가 있어 도살 처분에 직접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변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키우던 오리를 모두 도살 처분한 정모 씨(충북 진천군)는 “묻을 곳이 없어 오리 사체를 FRP(섬유강화플라스틱) 통에 넣어 농장 한쪽에 세워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날 경북도는 11일 경산시 하양읍 환상리 잠수교 인근에서 발견된 큰고니 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AI 바이러스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발견됐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바이러스#ai#조류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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