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명인열전]김동준 대표 “제주 용암수는 미네랄 풍부… ‘페리에’ 같은 글로벌 브랜드 만들겠다”

  • 동아일보

<65> 김동준 제이크리에이션 대표

김동준 제이크리에이션 대표는 제주지역의 독특한 수자원인 용암해수를 활용해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한 탄산음료와 먹는 물 등을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동준 제이크리에이션 대표는 제주지역의 독특한 수자원인 용암해수를 활용해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한 탄산음료와 먹는 물 등을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7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제이크리에이션 공장.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언뜻 보기에 국내 생수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삼다수’와 비슷한 생산 라인이지만 원료가 다르다. 이 공장에서는 지하 암반에 스며 있는 용암해수에서 나트륨을 걷어낸 용암수를 쓴다.

 제주지역의 독특한 수자원인 용암해수는 30만∼40만 년 전부터 삼투압 작용 등으로 바닷물이 섬 지하로 밀려들어 현무암층에 쌓인 물이다. 바닷물처럼 짠맛으로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성분은 해양심층수 등과 비슷하지만 인체에 유용한 희귀 미네랄 성분인 바나듐, 셀레늄, 아연, 철 등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들어 있다. 암반층을 거치면서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걸러지는 자연여과 작용도 이뤄진다. 현재 매장된 용암해수는 27억 t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 1000t 생산 기준으로 758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뽑아 올린 만큼 바닷물이 밀려들어 채워주기 때문에 무한 자원이나 마찬가지다.

 이 수자원을 생수와 탄산수로 개발해 시중에 유통시킨 최초의 인물이 김동준 제이크리에이션 대표(54)다. 이날 김 대표는 홍콩, 대만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급히 귀국했다. 그는 “홍콩, 대만의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 등을 논의했다”며 “이들 지역에서 생수, 탄산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보다 거대한 시장인 중국으로 진출하는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암수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지원센터는 하루 최대 2000t 취수 허가를 받아 지하 100여 m 암반층에 스며 있는 용암해수를 끌어올린다. 역삼투압 장비, 전기투석 장치 등으로 식용이 가능한 물, 기능성 음료로 만드는 물로 나눈다. 용암수에 스며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성분 배합으로 물맛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고, 탄산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느라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다.

○ 용암수로 새로운 도전

 김 대표는 1985년 삼성그룹 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촉망받는 ‘마케터’로 활동했다. 다시다, 비트 등 50여 개의 브랜드 마케팅과 사업 운영에서 성과를 냈다. 도중에는 ㈜에프앤디나노텍을 창업해 홍삼을 밀가루 입자의 20분의 1 정도인 초미세 분말로 만든 ‘홍삼한뿌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일본, 중국, 미국 등지에 김치, 만두, 냉동식품 사업을 추진한 주인공으로 CJ 전략기획 및 해외사업 부사장까지 올랐다. 안정된 직장에 있었던 그가 돌연 제주로 향했다.

 “제주의 자원을 활용한 음료사업 활성화 강의를 하면서 제주테크노파크와 인연을 맺었는데 코스메틱 클러스터사업단의 멤버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미용, 식음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용암해수를 알게 되면서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다양한 청정자원을 가진 제주가 중국, 일본 등에 먹힐 수 있는 최고의 브랜드였기에 ‘용암수와 제주’, 둘을 결합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제주에 공장을 세운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만류와 반대가 심했다. 제조업체가 드문 제주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였다. 50대에 사업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걱정이 많았다. 해양심층수 시장이 망했는데, 용암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비웃음도 있었다. 걱정과 불안을 뒤로 하고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에프앤디나노텍을 2012년 제주로 이전했다. 회사명을 제주, 창조의 뜻을 담은 제이크리에이션으로 변경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공장 설립부터 어려움이 닥쳤다. 건축비용이 육지에 비해 20%가량 더 들었고,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공무원을 상대하기도 만만치 않았고 행정기관 인허가 절차 등도 가시밭길이었다.

○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 가능

 김 대표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어려움을 하나하나 걷어낸 끝에 2013년 9월 용암수를 활용한 음료 공장을 준공하고 최초 제품인 ‘제주용암수’를 출시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영역이기도 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며 생수와 탄산수 시장에 진입했다. 2014년 1만 t(약 1500만 병) 생산, 60억 원 매출을 시작으로 매년 회사가 성장했다. 올해 3만 t 생산에 12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매출 목표를 210억 원으로 잡았다. 하루 최대 35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1공장에 이어 25만 병 용량의 2공장을 2015년 준공했다. 2, 3년 후에는 3공장을 설립한다.

 그는 용암수로 생수 4종, ‘제주스파클링’ 등 탄산수 6종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용암수와 제주의 천연향으로 만든 탄산수인 ‘제주사이다’를 출시할 예정이다. 탄산수 시장이 최근 연간 1300억 원으로 성장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은 용암수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180억 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3년 동안 투자비용 100억 원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당분이 들어 있는 음료 시장이 급격히 줄어드는 대신 외국처럼 탄산수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 탄산수는 수돗물이나 지하수를 정화한 뒤 탄산가스를 가미해서 만들기 때문에 미네랄이 미미합니다. 용암수는 미네랄이 풍부해서 맛과 품질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특히 제주 용암수는 유럽의 페리에, 게롤슈타이너 같은 유명 탄산수 못지않게 미네랄 함량이 높아 깊은 맛을 냅니다. 마시면 건강해지는 기능성 탄산수도 나올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용암해수를 활용한 ‘스피룰리나(Spirulina)’ 배양 및 건강식품 소재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클로렐라처럼 미세 조류(藻類)인 스피룰리나는 고단백 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항산화 물질을 균형 있게 함유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미래 식량, 우주 식량으로 채택할 만큼 영양학적 가치와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용암해수를 해양바이오 분야와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업 수익도 중요하지만 용암수를 글로벌 제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용암수가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자산이 되고 다른 제주산 제품과도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제주’ 자체가 거대한 보물 브랜드가 되기를 바랍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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