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을 쌀-소시지 빼돌려 3억 챙긴 보육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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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간 부식비 가격 부풀리고 석달마다 쌀 10포대씩 되팔아
후원받은 쇠고기 썩자 급식제공
경찰, 전남서 일가족 등 5명 입건

 전남의 한 보육원 아이들은 밥을 먹고나도 곧 허기를 느꼈다. 보육원 원장이 아이들이 먹을 쌀과 소시지 등을 빼돌려 팔아 주머니를 채웠고 후원물품도 자신의 집에 쌓아뒀기 때문이다. 부식비, 인건비 등을 빼돌린 보육원 원장 가족은 상당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보육원 아이들에게 써야 할 보조금 3억 원을 가로챈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남의 한 보육원 전 원장 A 씨(71)와 그의 부인(67), 아들(40)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B 씨(66·여) 등 부식업체 사장 2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부식업체 2곳에서 쌀, 소시지 등을 구입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7400만 원을 챙겼다. 심지어 3개월마다 20kg들이 쌀 20, 30포대(포대당 3만7000원)가 지원되면 10포대 정도는 떡방앗간에 포대당 3만 원을 받고 팔았다.

 경찰은 보육원생 40명이 값싼 옛날 분홍 소시지 2, 3개를 반찬으로 나눠 먹거나 조미가 되지 않은 김인데도 밥 두 공기를 맛있게 먹을 정도로 급식은 열악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2010년 추석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쇠고기를 집에 챙겨가 장기간 보관하다가 부패해서 먹기 힘들게 되자 아이들 급식용으로 제공했다. 보육원 직원이 차마 부패된 쇠고기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어 땅에 묻었다.

 경찰은 보육원에서 나와 사회생활을 하는 C 씨(25) 등 10여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C 씨 등은 “보육원에 있을 때 배가 늘 고팠다”고 했다. 경찰은 또 A 씨가 2009년 9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원생들이 구호단체로부터 받은 후원금 1900만 원을 인출해 유용한 것을 확인했다.

 1950년대에 설립된 보육원은 A 씨 가족이 3대째 원장을 맡고 있다. A 씨는 2008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부인과 아들을 생활지도원으로 거짓 등록해 매달 300만 원, 250만 원씩을 지급해 총 2억1500만 원을 챙겼다. 경찰은 A 씨 일가족의 범행이 1980년대부터 있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하지 못했다.

 한편 전남 장성경찰서는 인지능력이 부족한 양모 씨(66)를 10년간 축사와 농장에서 일을 시키며 착취한 혐의(준사기)로 오모 씨(6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도의원을 하고 군수 출마 뜻도 밝혔던 오 씨는 2006년부터 올 5월까지 양 씨에게 전남 곡성과 장성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 1억 원 정도를 지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210만 원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보육원장#부식비#후원#썩은 쇠고기#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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