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안개 제거장치 납품…혈세 축낸 업자 공무원 등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16시 44분


코멘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강원도내 주요 고갯길의 안개를 제거하는 '안개소산장치'를 먹통인 상태로 납품한 업자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공무원 등 18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안개소산장치를 납품한 업체 대표 최모 씨(47)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먹통 장치인 것을 알고도 허위로 준공 처리를 한 남모 씨(58) 등 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 16명을 업무상 배임과 사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 2명은 2014년 8월 진부령, 삽당령, 35번 국도 등 강원과 충북 지역 주요 고갯길에 안개소산장치 20여 대를 설치하면서 실제 공정률이 70% 이하인데도 준공한 것처럼 속여 2억4264만 원의 공사대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들은 실제 공정률이 약 30% 가량 남았음에도 허위 준공서류를 작성해 준공 공사대금 2억4264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국가 예산을 낭비한 혐의다. 이들은 또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안개소산장치가 고장 등 하자 때문에 먹통이 된 것처럼 속여 4410만 원의 하자 보증 보험금도 청구해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 등은 회사 재정 상태가 어렵다며 대금의 조기 집행을 요구했고 공무원들은 재정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허위 준공 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준공 대금을 받은 업체는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지난해 4월 최종 부도처리 돼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된 셈이다.

안개소산장치 설치는 짙은 안개로 인한 연쇄 추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시행한 사업이다. 안개소산장치는 실시간으로 감지한 안개를 자동으로 흡입해 고온으로 건조하는 방식으로 분산시키는 장치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