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섭 관장 “다리는 그 나라의 민족정신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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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건설박물관 운영 손광섭 관장… 다리 주제 시리즈 완결편 발간
한중일 다리 유래 등 일목요연 정리

손광섭 관장은 “‘다리’는 소박하면서도 멋을 알았고, 부드러웠지만 강인함이 있는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삶이 그대로 배어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손광섭 관장은 “‘다리’는 소박하면서도 멋을 알았고, 부드러웠지만 강인함이 있는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삶이 그대로 배어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전국 방방곡곡과 중국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다리(橋)’를 만나게 한 원동력은 다리가 그 나라의 민족정신과 지혜로운 삶이 배어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충북 청주에서 3대째 건설업을 하면서 청주건설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손광섭 관장(73)이 국내에 있는 옛 다리와 중국과 일본의 다리들을 찾아다니며 쓴 책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Ⅲ’(드림텍·224쪽)를 최근 펴냈다. 이 책은 손 관장이 다리를 주제로 쓴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그는 2003년 7년 동안의 노력 끝에 전국의 유명 다리 27개의 역사와 의미 등을 다룬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Ⅰ’편을 펴냈으며, 5년 뒤인 2008년에는 국내 25곳의 다리를 소재로 한 같은 제목의 책 후속편을 펴낸 바 있다.

 이번에 펴낸 책 역시 손 관장의 발품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그는 국내에 있는 다리 29곳, 중국의 다리 14곳, 일본의 다리 7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 유래와 현재 상태, 전설 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국내 다리 중에는 북한 개성에 있는 ‘선죽교’와 평양에 있는 ‘대동교’ 이야기가 포함돼 있지만 분단 상황에서 이곳은 직접 찾지 못했다. 그 대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온 북한의 옛 다리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충북 단양군 단성면 북하리에 현재는 흔적만 남아 있는 우화교(羽化橋). 조선 영조 때 건설된 이 다리는 영남대로인 죽령을 넘어 충주를 거쳐 서울로 가는 첫 번째 돌다리였다. 당시 이 다리를 건너던 사람들이 떨어져 죽거나 다치는 일이 잦자 한 스님이 ‘우화교’라고 이름을 지은 이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에 있는 압록강 부교(浮橋). 압록강 철교에서 약 6.7km 북쪽에 있는 이 다리는 1950년 6월 중국 공병부대에서 건설했다. 썰물 때는 다리가 보이고, 밀물 때는 다리가 보이지 않게 했다.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이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수송하기 위해 긴급하게 설치한 다리다.

 그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국토발전전시관에 청주건설박물관에서 보관해 오던 건설 관련 자료 1200여 점을 기증했다. 또 중국 조선족 학교에 기숙사를 세워 주고 충북도 내 학교와 결연을 하도록 주선해 조선족 어린이들이 우리글과 말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손 관장은 “건설업에 종사한 지 50년이 된 나에게 다리는 소박하고 단아한 여인네의 모습으로, 우아함의 극치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존재로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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