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제례용 ‘정’을 쓰레기통으로 쓰는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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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용 '정'을 쓰레기통으로 쓰는 나라.
공공디자인의 창의성은 이런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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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쓰레기통, 본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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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것은 우리의 전통 그릇 중 제례에 쓰는 정(鼎)입니다.
조상이나 하늘에 바치는 음식을 조리하던 솥의 일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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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장을 담가 보관하는 옹기 항아리, 돌절구 등 우리의 전통 용기들이 길거리 쓰레기통 디자인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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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거리 곳곳엔 전통 문화를 왜곡한 공공디자인이 넘쳐납니다.
전통 체험 행사장에서 옹기를 본 외국인이 “한국인은 쓰레기통에 음식을 담그냐”며 경악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됩니다.
옛 것에 익숙지 않은 젊은 세대도 비슷한 실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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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군가가 처음 (쓰레기통) 아이디어를 냈을 땐 참신하다고 칭찬받았을 겁니다.
전통의 오용이나 남용이란 인식이 없었을 거예요.
창의성을 표출하기 어려운 공직사회의 경직성이 만든 결과물이입니다.”
- 공공디자인 전문가 박효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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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은 화려함이나 얼마나 주목받느냐의 외양이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성이 핵심이어야 합니다.
최근 가장 많은 간판 정비 사업의 목표도 시민들의 시각공해를 없애고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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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경 ‘월간디자인’ 편집장도 “보기에 근사한 벤치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앉아 쉬기 편한 게 진짜 공공디자인이다.” 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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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쓰레기통 디자인은 쓰레기통의 ‘본질’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항아리나 절구 형태는 쓰레기의 너저분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정(鼎)은 쓰레기를 버리기 쉽지 않으며 나중에 수거하는 분들도 이용하기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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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나 제례용 정에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수북한 모습을 선조들이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전통을 살리며 쓰임새도 적절한 공공디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본: 정양환 기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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