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저도 관리권 주민들에게 돌려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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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로 통과해 군사요충지 옛말… 주간에라도 민간인 출입 허용해야”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 성명 발표… 관리권 논쟁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쓰이면서 민간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거제 저도. 오른쪽으로 거가대교가 보인다.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제공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쓰이면서 민간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거제 저도. 오른쪽으로 거가대교가 보인다.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제공
 2013년 해군 장성 부인들의 ‘거제 저도(猪島) 야유회’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말썽을 빚은 가운데 이 섬의 관리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섬을 주민들에게 돌려 달라”는 요구는 민간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수십 년 전부터 있었으나 국방부의 반대로 진척이 없었다.

 경남도의원을 지낸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은 17일 ‘해군 장성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저도를 거제시로 이관하라’는 성명을 내고 관리권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김 소장은 “해군 장성들과 부인 40여 명이 저도에서 호화 파티를 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고 해군 참모총장이 사과했다”며 “(국방부가) 군사 요충지라고 주장하지만 그들만의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별장이라는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이제는 거제시에 이관해 국민관광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거제시와 지역 주민들도 김 소장과 비슷한 요구를 해왔다. 행정구역이 거제시 장목면인 저도는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로가 지나간다. 전체 면적 43만8840m²의 대부분이 국방부 소유이고 3만2000m²만 경남도가 갖고 있다. 섬 전체가 동백과 해송으로 뒤덮여 있고 9홀 골프장과 백사장, 대통령실과 부속건물, 군 휴양소도 있다.

 저도는 1954년부터 이승만 대통령의 하계 휴양지로 사용되다가 1972년 대통령 휴양지(일명 청해대)로 지정됐다. 1975년 거제시에서 해군 통제부가 위치한 옛 진해시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가 거제 주민들의 집단 항의로 1993년 청해대 해제와 함께 거제시로 환원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사시설물 관리’를 이유로 관리권 이관을 거부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른바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이후 연간 90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며 “대통령이 거의 찾지 않는 저도를 묶어 두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여름휴가 당시 이곳에서 쉬었다.

 거제시와 지역 주민들은 2004년 ‘저도 반환을 위한 거제시민 건의서’를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 등에 냈다. 경남도의회 역시 ‘저도 관리권의 자치단체 이관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했다. 2011년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거제에서 ‘이동신문고’를 열고 권민호 시장과 송수근 유호리 하유마을 이장, 주민들로부터 직접 저도 관리권 반환 요구를 청취했다.

 2013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거제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저도 반환 건의를 받고 “대통령이 휴가 때 쉴 수 있는 곳은 (청와대 말고는) 저도뿐이어서 건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도 “지속적으로 반환 요청을 하겠다”고 답했다.

 김 소장은 “거가대로가 저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군사요충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전면 개방이 어렵다면 주간에라도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에서는 “거가대로가 통과하고 인근에 부산항 신항, 조선업체가 들어서는 등 주요 시설이 많아 저도의 군사적 중요성은 더 커졌다”며 “군사시설 해제와 민간 이양이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거제 저도 관리권#거제도#대통령 별장#청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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