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간직한 꿈이 현실로…멕시코로 한국어 가르치러 떠나는 젊은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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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한 대학에 한국어 전임교원으로 취직해 떠나게 된 경희사이버대학 졸업생
멕시코의 한 대학에 한국어 전임교원으로 취직해 떠나게 된 경희사이버대학 졸업생
15년 넘게 간직해 온 꿈은 현실이 됐다.

주말마저 반납한 채 학업에 열중했다. 그렇게 흘러간 4년여의 시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늦깎이 대학졸업생 2명은 멕시코 비즈카야대로부터 한국어 전임 강사가 되어 달라는 '러브 콜'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난 남현정 씨(37·여)와 임선영 씨(36·여)는 밝은 표정이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는 사실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멕시코 가는 비자만 발급되면 바로 떠날 거예요." 두 사람은 연신 활짝 웃었다.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 1년 선후배 사이인 남 씨와 임 씨는 전문적인 학자의 길을 걸어온 사람도, 특별한 삶을 살아온 사람도 아니었다. 남 씨는 도예과를 졸업한 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파티쉐로 10년간 일하다 11학번으로 입학했다. 국문과를 졸업한 임 씨도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서 12년간 사무직으로 일하다 12학번이 됐다.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전혀 친분이 없었던 두 사람은 이번 임용을 앞두고 자주 만나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수많은 '보통사람'들과의 차이를 20대 초반에 간직했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찾는다. 이 마음가짐이 뒤늦게 찾아온 도전마저 두렵지 않게 했다. 임 씨는 "사이버대 강의를 인터넷으로 듣는데 매일 회사에서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느라 '셔터맨'이라 불렸어요"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경희대에서 열리는 교수들의 특강을 듣기 위해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어렵사리 얻은 교수의 자리였기에 두 사람은 먼 타지에서 시작될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혼도 포기하고 가족과 지인들도 그대로 남겨둔 채 멕시코로 떠난다. 올해 초부터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하루 7시간 이상씩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쁘다. 임 씨는 "이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라며 "우리 때문에 기회를 놓친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쉽게 한글을 읽힐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 싶다는 임 씨, 한류열풍이 닿지 않는 소외된 나라에까지 한국어를 전하겠다는 남 씨.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의미 있게 또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뒤늦게 꿈을 실현한 두 사람의 각오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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