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고향 땅에 들어서도 거리낌 없는 핀란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투명한 정보공개-치밀한 안전관리가 해법

핀란드 올킬루오토 섬에 건설 중인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온칼로’의 모습. 지하 450m 암반 터널 안의 지름 1.5m 구덩이에 금속 밀봉용기로 감싼 사용후핵연료를 넣고 1만 년 이상 격리한다. 에우라요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핀란드 올킬루오토 섬에 건설 중인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온칼로’의 모습. 지하 450m 암반 터널 안의 지름 1.5m 구덩이에 금속 밀봉용기로 감싼 사용후핵연료를 넣고 1만 년 이상 격리한다. 에우라요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방사성폐기물은 당연히 우리가 책임져야죠.”

 지난달 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250km 떨어진 에우라요키 시(市). 이곳 토박이인 초등교사 미카 라팔라 씨(52·여)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고향 땅에 들어서는 것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11월 원자력발전소 2기가 운영 중인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에 세계 최초로 영구처분시설 ‘온칼로’를 짓는 것을 승인했다. 핀란드의 사용후핵연료는 2023년부터 이곳에 봉인된다.

 온칼로는 지하 450m 암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안전 헬멧과 조끼, 간이 산소통을 착용한 뒤 승합차를 타고 경사 9.6도의 가파른 지하터널 5km를 달리고 나서야 사용후핵연료를 위한 ‘최후의 무덤’이 나타났다. 동굴 바닥 10m 간격으로 설치된 지름 1.5m의 구덩이 안에 캐니스터(금속 밀봉용기)로 감싼 사용후핵연료가 묻히게 된다.

 핀란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1983년 이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20년 가까운 논의를 거쳐 2001년 핀란드 의회는 원전이 자리한 올킬루오토 섬을 영구처분 부지로 확정했다. 당시 의원 199명 중 찬성 159명, 반대는 3명, 기권 37명이었다. 원전을 반대하는 녹색당도 현 세대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영구처분시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찬성표를 던졌다.

 핀란드가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일찌감치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치밀한 안전관리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오랫동안 쌓아 왔기 때문이다. 온칼로의 관리사업자인 포시바의 키모 레토 영업부장은 “핀란드 통계청에서 에우라요키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조사를 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신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핀란드 유력 언론이 2011년 3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85%가 핀란드 원전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원전 24기를 운영 중인 한국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후핵연료 1만4000t을 원전 내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지만 포화율이 심각하다. 월성원전의 경우 2019년이면 내부 저장 용량이 꽉 찬다. 정부는 8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첫 공청회마저 무산되는 등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고 입법 이후 이르면 36년 후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에우라요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핀란드#사용후핵연료#방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