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남편 앞길 막을라”…동네 사교 모임도 ‘올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18시 25분



#.1
"남편 앞길 막을라"
김영란법 시행 3일째
사교 모임 '올스톱'


#.2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주부 황모 씨(36). 평소 다양한 사교 활동을 했던 그는 10월 이후 스케줄을 텅텅 비웠습니다.
"남편의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남편이 검사라 내 밥값은 내가 내겠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자칫하면 남편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조심하고 있죠."


#.3
이달 28일부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사회 곳곳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의 여파는 '동네 아줌마' 모임에도 이어졌는데요. 어느 한쪽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그 배우자까지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죠.


#.4
법에 따르면 배우자도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금품 등을 받을 수 없습니다.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일 때에도 '3·5·10 원칙', 즉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 10만 원의 상한액이 적용되죠.


#.5
"동네에서 '방귀 좀 뀐다'는 아줌마 모임들이 얼어붙었어요. 남편이 김영란법의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주부들은 카페나 레스토랑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도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부담스럽게 생각해요." -국립대 병원에 다니는 남편을 둔 주부 조모 씨(39)


#.6
친목 모임이 서로를 감시하는 모임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주부들도 있었습니다.
"괜히 남편을 자랑하거나 사적인 얘기를 나누다 알려질 필요가 없는 사생활이 공개돼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잖아요. 이젠 모이기가 껄끄러워져 당분간은 만나지 않을 것 같네요."
-사립학교 교사 남편을 둔 주부 김모 씨(43)


#.7
김영란법을 계기로 남편의 잔소리가 유난히 심해졌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법 시행 전부터 남편이 '주지도, 받지도 마라. 사 주지도, 얻어 먹지도 마라', '모임에서 술은 마시지 말고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라'고 다그쳤어요." -경찰 배우자를 둔 이모 씨(38)


#.8
"내가 나가는 모임에 관심도 없던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뭐 하는 모임이냐, 친구들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꼬치꼬치 물어요. 잠재적 범죄자가 된 기분입니다." -공무원 남편을 둔 주부 최모 씨(40)


#.9
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을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해당 공직자는 금품 액수에 따라 과태료를 물거나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요.
이에 따라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은 물론 그 부인들도 당분간 '배우자판 수사 대상 1호'라는 불명예를 피하자는 분위기인 거죠.


#.10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입법 취지처럼 김영란법 이후 한국 사회는
더 나은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원본 / 전주영 기자
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조현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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