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건원]아직도 배석 서열이 있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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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행사에 참여했더니 자리 배치가 제일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배석 서열을 아직도 관행처럼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의 어느 관공서든 이른바 의전을 이유로 기관장들의 배석 서열이 정해져 있다. 일명 건제순이란 것인데, 사실상 보이지 않는 권력의 과시를 의미한다. 실례로 도(道) 단위 행사는 도지사, 도의회 의장, 국회의원 그리고 법원과 검찰 등의 순으로 헤드 테이블과 일반 좌석을 배치한다.

 그러나 종종 이 순위를 놓고 기관끼리 자리다툼이 벌어지면서 주최 측이 애를 먹기도 한다. “행사는 의전이 반”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정작 행사의 주된 의미는 사라지고 자리 배치에나 신경 쓰며 모두들 피곤해한다.

 특히 문화 행사나 학교 행사에서 문화 및 교육 관련 기관장들은 후순위이고, 권력 기관장들이 앞에 나서는 모습을 자주 본다. 앞으로는 VIP석을 없애고 주요 기관장도 회원과 함께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등 격식을 파괴해야 한다. 간혹 내빈 소개를 생략하고 요란한 영접과 환송을 금하는 행사도 보는데 아주 참신하게 느껴진다. 관행적인 축사와 고위직이 오길 기다리며 개회를 미루는 등의 구태도 벗어던질 때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몰아치는 시기에 기관장 자리 배치에 힘을 쏟으며 다툼까지 벌이는 나라는 세계 문화를 선도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원 노인심리상담사
#자리 배치#배석 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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