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서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은 인권침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0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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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유치장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은 인권침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하헌우 판사는 20일 시인 송경동 씨와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4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송 씨와 정 전 부대표 등은 경찰서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과 폐쇄회로(CC)TV 때문에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2013년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 21개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던 이들은 화장실 차폐시설이 충분치 않아 신체부위가 그대로 노출됐고 용변 과정에서 냄새와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또 폐쇄회로(CC)TV의 경우 현행법상 자살 등 우려가 큰 때에만 설치할 수 있는데도 유치실 내 모든 유치인을 감시하도록 돼 있어 과도한 인격침해라고 주장했다.

하 판사는 “송 씨 등이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당혹감 등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쾌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가급적 용변을 억제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유치인이 용변을 보는 경우에도 불쾌감과 역겨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존중돼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공권력 행사로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 판사는 “구속 여부 결정이나 집행이 완료되지 않은 유치인의 경우 경찰이 개별적으로 구금ㆍ관리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CCTV에 대해서는 송 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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