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 한국식 포장마차가? 지역 명물 자리잡은 ‘컵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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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길거리 음식인 컵밥이 이집트 카이로 중심가에서 한식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저의 요리사 출신인 양중희 셰프(40)가 올 3월 카이로 중심가 그릭 캠퍼스에 차린 한국식 포장마차 ‘코리포차’는 개업한지 반년이 채지나지 않아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한류 팬뿐 아니라 한국을 잘 모르는 이집트인도 매일 80여 명이 컵밥 냄새에 이끌려 이곳을 찾는다. 아랍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불고기 컵밥은 이집트 국영방송 나일TV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코리포차에는 이집트인 10여 명이 컵밥을 맛보고 있었다. 포차 앞 유리에 붙어있는 갈색 메뉴판에는 ‘컵밥’ ‘김밥’ ‘떡볶이’ ‘불고기’라는 한글이 검은 붓글씨로 적혀 있었다. TV에선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 장면과 함께 K-POP이 흘러나왔다. 포차 곳곳에는 현지 팬들이 양 씨가 요리하는 모습을 그려 선물한 캐리커쳐가 여러 개 붙어있었다.

포차 안에서 컵밥 재료를 볶는 양 씨의 하얀 조리복 왼쪽 어깨에는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한류 드라마 열풍이 부는 이집트에서 한식이 소개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한 그는 1년간 연구 끝에 한국식 포차를 선보였다. 양 씨는 2012년 3월부터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저 요리사로 일했다. 2014년 이후에는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에서 이집트인을 상대로 한식 강좌를 가르쳐왔다.


양 씨가 한국인이 모여 사는 지역이 아니라 시내 중심가에 포차를 연 것은 현지인에게 통해야 한식이 전파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컵밥은 25이집트파운드(약 3250원)로 가격을 낮췄고 메인 메뉴인 불고기 컵밥은 현지식에 맞춰 개량했다. 양 씨는 “이집트는 디저트 문화가 발달해 음식이 달지 않아야 한다는 관념이 있어 불고기 당도를 낮추고 현지 야채를 넣어 이집트 입맛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이집트 유학생들도 자주 찾는 단골집이 됐다. 두 달 전 이집트에 왔다는 박순양 씨(27)는 “한국 길거리에서 먹던 컵밥과 똑같은 맛이라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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