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거친 표현 있어도 근거 있는 글이면 모욕죄 성립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8일 15시 26분


총장 재직 당시 교비를 횡령한 의혹을 받은 명지전문대학 김모 전 총장을 상대로 ‘모사꾼’ 등 거친 표현을 쓰며 비판해 법정에 선 시민단체 대표와 대학교수에게 무죄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조영기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60)와 명지전문대학 소속 박모(55)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씨는 김 전 총장의 비위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던 2013년 시민단체 인터넷 카페에 김 전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씨는 이 글에서 ‘학교에 정치모사꾼이 입성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 ‘꽃뱀에 물려 성 추문에 시달리면서도 자리를 내놓지 않는다’는 등의 표현이 담긴 글을 3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박 교수 역시 이 씨와 함께 2014년 5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성도착증 환자 김 전 총장의 격리를 요구한다’는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가 모욕죄 혐의로 이 씨와 함께 법정에 섰다.

법원은 이런 표현이 김 전 총장에 대한 비리 의혹 제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4년 3월 김 전 총장이 소속 대학 여교수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취소된 적이 있어 이 씨 등이 제기한 성추행 의혹이 터무니없지 않은 점과 교비 운용과 집행을 둘러싼 의혹이 실제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원 또 “이 씨는 교육 관련 시민단체 대표이고 박 교수는 교수협의회 의장이어서 대학 운영상 문제점과 교비 관련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을 추궁하거나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