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권효]대구공항 통합이전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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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공항과 K-2(공군기지) 통합 이전이 기대감 속에 추진되고 있다. 대구공항 주변에는 이전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다. 전투기 소음을 오랫동안 겪은 공항 주변 주민들로서는 당연하다.

지금 상황에서 대구시가 경계할 점은 ‘대구 중심적 사고와 태도’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이전지는 영천 군위 의성 성주 등 대구에서 가까운 경북 시군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이전은 중단된다. 특히 K-2 이전은 대구의 최대 숙원이지만 이전이 예상되는 경북 시군의 입장은 다르다. 대구시는 통합 이전에 박수를 치면서 하루 빨리 옮겨야 한다지만 경북의 예상 지역에서는 “대구의 골치 아픈 일을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느냐”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시는 통합 이전을 하면 이전지에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논리를 강조하지만 이는 대구 중심적 생각이다. 대구시와 국방부가 예상하는 이전지 주민들은 전혀 다르게 저울질할 수 있다. 말산업을 추진하고 경마공원이 조성 중인 영천은 말과 전투기 소음은 맞지 않다고, 군위는 깨끗한 자연생태가 공항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구 수돗물 취수원을 구미 낙동강 상류 쪽으로 이전하는 문제가 10년 가까이 진전이 없는 사례에서 대구시는 교훈을 찾는 게 필요하다. 대구로서는 정당한 요구지만 구미는 아주 부당한 횡포로 비친다. 공항 이전도 별 차이가 없다. 대구는 주변의 경북 시군을 대구의 위성지역처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태도는 공항 통합 이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합 이전이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대구시의 겸손하고 사려 깊은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대구와 경북의 상생을 위해서!’라는 관념적인 주장으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경제적 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기분 나쁠 수 있다. 이전이 대구 입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하는 자세로 경북의 시군과 머리를 맞댈 때 순조로움을 기대할 수 있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대구공항#k-2 공군기지 통합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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