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선생님이 몰래 담배를…” 교내 금연구역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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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매점 옆 창고 안에서 담배 많이 피워요. 2층 교실에 담배 냄새가 올라와서 애들이 모두 싫어해요.”

취재진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A고등학교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모두 ‘교사들의 흡연 공간’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매점 옆 창고에 소파 4개와 테이블이 있었다. 모래가 든 나무상자엔 담배꽁초들이 꽂혀 있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물, 운동장 등 초중고교와 유치원의 모든 장소는 금연구역이다. 이 곳에서 흡연하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전국의 많은 시군구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통해 학교 정문에서 50m까지를 금연구역으로 정했다.

하지만 A고처럼 교사들이 학교 내 구석진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많아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다. 교사가 학교에서 흡연으로 적발된 통계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에만 금연구역이 25만 개라 학교까지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B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에 정문 앞 빌라 주차장의 자동차 사이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취재진이 가보니 학생이 지적한 장소는 정문에서 50m 이내로, 강서구의 조례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학교나 유치원의 장은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서울 강서구 C고등학교는 급식실 옆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교사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했다.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흡연실은 옥상이나 각 시설의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 거리에 둬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사의 흡연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며 매년 시도 교육청을 통해 “흡연실 설치를 자제하고, 흡연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한다.

C고 학생은 “학생들 담배 피우는 걸 잡는 선생님이 학교에서 흡연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흡연하는 애들은 학교에서 담배 냄새만 맡아도 흡연 욕구를 참기 어렵다”고 했다. C고는 본보가 취재에 나선 다음날 곧바로 흡연실을 철거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불법’ 흡연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서울 강남구 D고 학생은 “학생들은 한 번만 걸려도 교내 봉사에 금연클리닉 직행인데 선생님만 몰래 피우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학부모는 “학생들은 호기심이 많은데 흡연하는 선생님을 보면 담배를 피워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를 금연구역으로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C고 관계자는 “흡연 교사들의 입장과 금연 규정을 다 고려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흡연의 자유도 있는데 교사라는 이유로 너무 무거운 잣대를 요구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학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 내내 담배 하나 피우지 말라는 건 지나치다”고 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신규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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