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병원 안가도 진료받아 좋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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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속 의사가 무릎 영상 보며 관절염 진단-약 처방
요양원 어르신 원격진료 보니…

1일 충남 서산시 음암면 한 노인요양원 1층에 마련된 원격의료실에서 유정순 할머니가 원격진료를 받기 전 컴퓨터 모니터 속 의사와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산=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일 충남 서산시 음암면 한 노인요양원 1층에 마련된 원격의료실에서 유정순 할머니가 원격진료를 받기 전 컴퓨터 모니터 속 의사와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산=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무릎에서 소리 나는 거 있나요?” “없는데요.”

“물리치료 받으시고 안 좋아지면 다시 연락하세요. 당뇨병 약 잘 드시고요.”

1일 충남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 1층 원격의료실. 관절염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유정순 할머니(86)는 원격진료를 마친 뒤 컴퓨터 모니터로 보이는 의사에게 고맙다며 손을 흔들었다. 지난해 5월 이 요양원이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가하면서 생긴 풍경이다. 물론 월 2회 촉탁의와 대면진료도 받고 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 병원 갈 일이 생기면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휠체어를 타는 유 할머니는 1년 넘게 원격의료를 받아 온 소감에 대해 “병원 가지 않고도 의사 선생님을 만나니 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본 원격진료 과정은 대면진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는 유 할머니의 식전 및 식후 혈당을 확인한 뒤 요양원의 간호조무사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할머니의 무릎 상태를 살폈다. 이 요양원 입소자 72명 중 40여 명이 원격의료를 이용하고 있다.

원격의료 반대 측이 주장하는 안전성 문제는 없어 보였다. 현행 시범사업 대상 환자는 대면진료로 초진을 본 만성질환자의 재진과 감기, 피부 발진 등 가벼운 증상의 초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요양원은 화상장비, 혈당계, 전자청진기 등 460만 원 상당의 원격의료 장비를 갖춘 것이 전부다.

4일 이 요양원의 원격진료 시범 현장을 참관한 박근혜 대통령은 “원격의료 덕분에 병원 방문의 부담을 덜고 오히려 더 안전하게 자주 진료를 받는다는 체험담을 들었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경우 원격의료가 정말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원격의료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현장행보를 재개했다.

박 대통령은 “현행 의료 체계나 건강보험 제도를 흔드는 것은 아닐까, 또 오진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근본 취지가 현행 의료체계는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현행 틀 안에서 첨단 정보기술(IT)을 잘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의료 서비스를 더 잘해볼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오해 때문에 차질이 빚어져 잘못하면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며 “우리나라는 의료 인력이 상당히 우수하고 IT 강국이어서 최고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그런 요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 원격의료 시범사업 대폭 확대

이날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 격오지 군부대, 원양선박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148곳에서 올해 안에 278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점을 둔 곳은 노인요양시설. 현재 전국 6곳인 노인요양시설 시범사업 대상은 앞으로 70인 이상 수용 규모의 요양시설(680곳)로 확대된다. 이 중 간호사가 근무하는 450곳은 시범사업에 참가할 수 있다. 이 밖에 △도서 지역은 기존 11곳에서 20곳 △격오지 군부대는 40곳에서 63곳 △원양선박은 6척에서 20척 △교정시설은 30곳에서 32곳 △농어촌 취약지 응급실은 32곳에서 7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10월부터는 동남아 지역 3개 국가에 있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도 새로 시작된다.

복지부는 6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서산=김호경 kimhk@donga.com / 장택동 기자
#원격의료#원격진료#병원#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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